예능판 이끄는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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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부에서 주인공 자리 꿰찬 여성 예능인들..."차근차근 쌓은 경쟁력로 기회 잡아"

▲ 지난 22일 첫방송한 올리브 <밥블레스유> ⓒ올리브

[PD저널=구보라 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돋보이고 있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변에 머물렀던 여성 예능인들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주체로 나서고 있다.

개그우먼 송은이는 기획한 프로그램이 연달아 인기를 끌면서 기획자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두 달 동안 방송을 중단한 시기에는 "이영자가 하차 하면 프로그램을 안보겠다'는 반응이 쇄도했고, 박나래는 MBC <나혼자 산다> tvN <짠내투어> 등에서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송계에 부는 여풍은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를 성별을 조사한 결과(▷링크)에선 지상파3사와 JTBC, tvN 예능 중 여성 출연자의 비중이 30%에 불과했다.

올해 거세게 일어난 '미투 운동' 바람과 함께 여성 예능인들이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인의 역량과 매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랫동안 예능 프로그램의 컨셉트와 출연진은 정체된 상황이었다"며 "최근 국내·외적으로도 여성 출연진과 제작진이 전면에 나서는 추세도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주목받는 여성 예능인들은 방송사가 발굴한 게 아니라 '자가발전'한 경우다. 

방송 출연 기회가 없어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으로 출구를 찾은 이들이 뉴미디어에서 입지를 다진 뒤 올드매체로 금의환향하는 식이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송은이는 올해 <하하랜드2>, <판결의 온도>, <불타는 청춘>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유튜브·팟캐스트에서 활약한 강유미와 안영미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MBC <에헤 라디오>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올리브<밥블레스유>도 송은이의 기획과 이영자 콘텐츠 경쟁력이 결합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1, 2를 연출한 박인석 PD는 “아직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나오는 예능은 <밥블레스유>밖에 없지만, 2-3년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적은 기회에도 자신들의 역량을 잘 어필해온 여성 예능인들이 유재석, 김구라 등 남성 예능인이 아니어도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수 있음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송은이, 김숙 등이 출연한 JTBC<마녀를 부탁해>를 연출했던 홍시영 PD도 “예전엔 프로그램 제작·방영이 방송사만의 특권이었지만 이제는 연예인들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모습을 다른 매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며 “<밥블레스유>가 이런 흐름을 잘 살려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지난 22일 첫방송한 올리브 <밥블레스유> ⓒ올리브

여성 예능인이 이끄는 방송 흐름은 지속될까. 예전에도 <밥블레스유>처럼 여성 예능인이 집단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단발성 기획에 그치는 정도였다.  

요즘에 주목받는 여성 예능인들은 관찰 예능을 통해 탄탄한 팬덤을 쌓은 데다 자신만의 콘텐츠도 갖고 있어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방송을 시작한 <밥블레스유>도 최화정·이영자·송은이 등이 오랫동안 방송을 진행하면서 닦아온 소통·공감 능력이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인석 PD는 “앞으로 여성 예능인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제작이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근 기획안에도 MC, 출연자, 콘셉트에서 여성들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새로운 출연자와 포맷에 시청자의 호응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여성 연예인 등 새로운 출연자의 방송 출연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여성 연예인이 잘 나간다’ 차원이 아니라 그동안 성별 균형이 이뤄지지 않았던 방송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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