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처럼 강렬한 스페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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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처럼 강렬한 스페인 방송
[PD연합회 중기교육 연수기]
  • 김태경 독립PD
  • 승인 2018.07.11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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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1일부터 26까지 PD연합회 상반기 중기교육 연수 참가자들이 스페인 국영방송 RTVE 등을 방문했다. ⓒ김태경 PD

[PD저널=김태경 독립PD]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즐기면서 일하기’, ‘PD의 삶을 더 크게 보기’는 이번 연수의 화두였다. PD연합회 중기연수에 참여하면서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앞으로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비움의 시간이자 채움의 기회였다.

7년~15년차의 다양한 방송 제작자들이 공항에 모였다. 잠시 다르게 살아보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경험이다. 같은 길을 걸어가지만 다른 지역과 환경에 놓여있는 동료PD들과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생각에 설렜다.

지난 6월 21일, 연수 첫째날에 방문한 스페인 국영방송 RTVE는 교육뿐 아니라 환경 관련 콘텐츠 생산, 비인기 스포츠 중계 등을 도맡은 국영방송사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RTVE는 2010년부터는 광고 수입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보도위원회를 조직해 편향되지 않은 보도를 추구한다.

RTVE 역시 젊은 시청층에게 외면받는 올드 미디어로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방송 제작이 더 이상 방송사만의 특권이 아니라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쉽게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다. 이는 방송시장의 위협이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RTVE는 소유 채널별 특성을 강화해 다양성을 유지하고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모바일을 통해 RTVE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뿐 아니라 스페인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TV는 드라마에, 라디오는 보도 기능에 집중한다고도 했다.

다음으로 찾은 LOS40는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청취자를 보유하고 있는 제1의 라디오 방송사다.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녹음 방송뿐 아니라 생방송도 역동적으로 제작한다. 중남미 여러 국가에도 송출되는‘Los40 Global Show'에서 K-pop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는 것도 특별했다. 국내 200만명이 넘는 청취자와 중남미 11개 국가 5천만명이 넘는 청취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라디오 매체의 인기와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었다.

LOS40의 음악 프로그램은 1시간을 마치 한곡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묘미를 살려서 진행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구성과 대중적 선곡이 청취자들에게는 편안함과 친근함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연수 셋째 날에는 까딸루냐의 독립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까딸루냐 지역 방송국 TV3를 찾았다. 자신들을 까딸루냐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에게 지역방송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TV3는 스포츠를 포함한 종합편성채널이다. 까딸루냐 문화 전파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예산문제로 문화프로그램의 비중이 적어지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 중계 역시 중계권이 점점 비싸지면서 채널의 위기라 한다.

다음날 찾은 바르샤TV는 레알 마드리드 TV와 함께 24시간 축구 경기를 내보내는 스포츠 중계방송이다. 연간 15만명 규모의 회원 후원으로 운영되는 구단은 클럽회원 모두가 주인이다. 방송국 역시 회원들에게 서비스 차원으로 운영된다.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이 아니라 축구 콘텐츠를 잘 전달하고 회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방송한다. 축구뿐 아니라 바르셀로나 클럽 안에 있는 다른 종목 스포츠 중계도 맡는다. 최근 방송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웹, 애플리케이션, SNS(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콘텐츠를 전달한다.

바르샤 TV는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려한 CAMP NOU경기장 한 편에 있다. 소규모 사무실과 작은 스튜디오 한 두 개 정도 있는데, 경기장의 화려함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다. 74명의 정예요원이 확실한 방송의 목적을 갖고 광고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결국 방송은 시설・‧규모의 문제보다는 분명한 지향점과 시청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정의 팬텀을 형성하고 그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현실은 우리나라 중소 ・지역방송사에도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 성가족성당 현재 최고 책임 건축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있는 연수 참가자들. ⓒ김태경 PD

연수기간 동안 프라도미술관・피카소 미술관 등을 방문하면서 스페인의 역사와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간 85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스페인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면 바로 가우디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성당)이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죽음 이후 후대 건축가들에 의해 건축이 이어지고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성가족성당 현재 최고 책임 건축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책임 건축가는 말미에 눈시울이 촉촉해지면서 한마디 남겼다. “이곳에 들어오는 누구나 평화로움을 얻기 바랍니다. 이곳은 함께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곡선과 자연의 기하학적 모양의 내부는 마치 숲속에서 나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낯설고 다를 것 같았던 우리들은 성당으로 들어오는 채광 아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빛처럼 평온한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페인 문화권에서의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현장을 이해하고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큰 수확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스페인 문화콘텐츠를 흡수하게 된 것이다. 단순한 관광 차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알아가는 기쁨은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 이상이었다.

뜨거웠던 스페인의 태양 아래 작은 행복과 소소한 이야기를 던지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었다. 삶이 너무 진지하고 무거울 때면 커피 한잔의 여유가 생각날 것이고, 의욕이 과할 때면 한 숨 고르고 미소를 지어주었던 룸메이트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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