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성평등센터, 우여곡절 끝에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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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사회서 안건 통과...소수 이사들, 반대 끝 퇴장

▲ KBS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성평등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성평등센터가 신설된다. ⓒ KBS

[PD저널=구보라 기자] KBS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성평등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성평등센터가 신설된다. 사장 직속 기구인 KBS 성평등센터는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평등 자문 위원회를 두고 KBS 내 성희롱‧성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성폭력 예방지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18일 열린 KBS 이사회(이사장 김상근)에서는 성평등센터 설치를 위한 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안건 상정 당시부터 소수 이사들이 운영규정 미비·감사 권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의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차기환 이사는 "성평등센터에 대한 운영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직제규정부터 해서는 안 된다. 이건 순서가 바뀐 것"이라며 추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소수 이사들 또한 "성평등센터는 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은 이도 있었다. 조우석 이사는 "성평등이라는 말에는 동성애·수간·소아성애까지 포함된다. 그럼 성평등센터는 수간이나 소아성애 등 이 모두를 보호하는 거냐"는 "보다 중립적인 '성폭력 예방센터', '성희롱 예방센터'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다수 이사들은 성평등센터 설치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강형철 이사는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 2차, 3차 피해를 없애기 위한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당장 KBS에 있는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논의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굳이 운영규정이 만들어질 때까지 미룰 필요가 있나, 어차피 가야할 길이면 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서중 이사도 "운영규정을 새로 만들기 전까지는 기존 KBS에 있는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필요에 따라 새롭게 운영규정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며 찬성했다.

특히 조용환 이사는 조우석 이사의 '성평등엔 수간·소아성애도 포함된다'는 주장을 두고 "사석도 아닌 공공기관인 KBS 이사회에서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평했다.

이어 조 이사는 "성평등이라는 단어에 동성애도 포괄할 수 있지만, 동성애를 수간이나 소아성애와 병렬로 두고 (동성애를) 비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결국 성평등센터 설치 건은 정회와 논의를 거듭하면서도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은 소수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자리를 지킨 6명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안건 통과에 따라 KBS는 성평등센터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KBS 관계자는 <PD저널>에 "성평등센터에 참여할 외부전문가는 5명 내외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20일 경영회의에서 성평등센터 신설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선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인사 발령은 신중히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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