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대변인’ 노회찬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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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약자의 편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선 정치인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정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다.

자살은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1위다. 어떤 경우든 미화될 수 없다.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언론이 혹시 이 점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나. 결론을 말하자면 노회찬 의원이 사회에 기여한 공적이 이런 허물을 덮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가장 큰 공적은 대중정치화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정치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 소수화, 지역화, 패거리 문화로 독점하던 시대에 그는 홀연히 나타나 ‘삽겹살 불판갈이’ 등의 발언으로 대중을 정치에 끌어들였다. 각종 미디어에 나타나 그는 국민을 대변한 시원시원한 화법과 쉬운 비유로 정치의 성역을 허물어나갔다. 현역 국회의원이면서도 JTBC <썰전> 고정패널로 초청받을 정도로 미디어가 선호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진정으로 약자의 대변인이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미디어도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조차 ‘재벌, 권력기관’을 대변하지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한다고 믿지 않는다.

▲ 25일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인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가 적혀 있다. ⓒ뉴시스

그는 약자가 저항하는 노동자 파업, 언론사 파업 등의 현장에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발언으로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사회 재벌 삼성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삼성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해 그 사법부로부터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는 희생자가 됐다.

그는 사법부에 촌철살인을 남겼다. “법은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 원래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패러디해서 한국사회 재벌, 권력층 등만 명에게만 평등하다고 사법부를 질타했다.

그는 마지막 유서에도 ‘자신은 여기서 그치지만 당은 앞으로 나가라’며 정의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소수 정당에 불과한 정의당을 대중정당으로 견인한 사람은 노회찬이었다. 사회 약자들을 대변하는 정의당이 대중정당으로 성장한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정치인이었다고 미디어는 합창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어떤 권력에도 맞서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별로 눈치 볼 것도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정치인들은 공통적으로 언론사, 기자를 두려워한다.

언론은 비판 감시 역할을 한다는 명목으로 의원의 사생활이나 약점을 취재한다. 물론 그중에는 보도를 위한 정당한 취재활동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의정활동 홍보를 위해 국회의원들은 언론 앞에서 약해진다.

노 의원은 ‘자유 언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파업 현장에서 보여줬다. 언론사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언론사 사측과 노동자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뉜다. 국회의원들은 양쪽 눈치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에 언론사 파업 현장을 잘 찾지 않는다. 언론사 사주의 비리에도 국회의원들은 입도 다물고 눈도 감는 편이다. 하지만 노 의원은 부당한 언론 권력을 과감하게 비판했다.

이제 누가 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누가 나서 국민의 진정한 대변인,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와 정치의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을까. 미디어가 사랑한 정치인이자 행동하는 대중 정치인이었던 그의 명복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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