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컴백, 음악방송 PD의 가슴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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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컴백, 음악방송 PD의 가슴도 뛴다
‘강렬한 매력’ 전달 위해 연출 고민 거듭...'뮤지션'으로 성장하는 '제2의 방탄소년단들' 주목
  • 허항 MBC PD
  • 승인 2018.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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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허항 MBC PD(<쇼! 음악중심> 연출>)] 대한민국의 음악방송 PD들은 9월을 바쁘게 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컴백했기 때문이다. 방송되는 즉시 기사화되고 이슈로 떠오르는 방탄소년단의 무대는 음악방송 PD의 연출 욕심을 자극한다.

지상파 음악방송에 주어진 미미한(?) 제작비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느낌 있는 무대를 연출해낼 수 있을지, 스태프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고민과 의견 교류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더구나 지난 5월 금의환향한 직후 ‘Fake love’로 모든 음악방송을 평정했던 방탄소년단을 기억하는 연출자라면, 그들의 무대 연출에 더욱 욕심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당시 연출자로서 처음 만난 그들의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다.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팬덤이 큰 아이돌에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구도를 보여주는 군무 사이사이 한 명 한 명 강한 매력을 발산하는 원샷, 격렬한 안무에도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 내공, 그리고 멤버들 스스로 쓴 가사인 만큼 한 소절 한 소절 귀 기울이게 만드는 몰입력... 그 모든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매력이 방송이라는 필터로 한 꺼풀 걸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단언컨대, 그들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글로벌 스타가 아니었다. 최근 내놓은 ‘Love Yourself’ 리패키지 앨범의 (무려) 25개 트랙을 정주행해 듣고 나면, 방탄소년단이 이제 성숙한 음악인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 방탄소년단 'IDOL'뮤직비디오 갈무리.

그런데 이쯤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인들도 놀란 방탄소년단의 도약 뒤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성장한 ‘아이돌 음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돌 음악은 그 이름 자체에 알게 모르게 평가절하의 뉘앙스가 들어있다. 현재의 아이돌 팬덤에서 멀어진 세대에게 아이돌이란 개념은, 라이브보다는 립싱크가 익숙한, 음악인이라기보다는 잘생기고 예쁜 우상 같은 존재 정도에 멈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중심을 연출한 지 1년 만에 나에게도 있던 일말의 편견은 완전히 깨졌다. 요즘 아이돌은 예전의 아이돌이 아니다. 언제부터일까. 편견과 무관심의 악조건 속에서도, 팬덤의 지지를 에너지 삼아 수준급 음악인으로 훌쩍 성장한 아이돌이 눈에 띄게 늘어나 있음을 느낀다.

방탄소년단뿐만이 아니다. 내가 정말 훌륭한 ‘뮤지션’들과 함께 일하고 있구나 하는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는 아이돌들을 만나는 행운이 자주 온다. 매 무대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경지에 이른 10년차 아이돌 샤이니, 탄탄한 실력 위에 매번 파격적인 콘셉트를 장착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빅스, ‘사랑을 했다’라는 국민가요(?)를 만들어낸 아이콘, 독보적인 무대매너로 생방송 스튜디오를 콘서트장으로 만들곤 하는 하이라이트와 위너...

선배 아이돌에 이어 이젠 신인 아이돌도 실력으로 무장하고 무대에 선다. 자작곡 ‘빛나리’의 컴백무대를 보컬이 거의 깔리지 않은 MR과 함께 생라이브로 선보인 펜타곤, 역시 멤버 본인의 자작곡으로 2연속 음원 상위랭크의 기염을 토하고 있는 (여자)아이들. 응원전에 가까운 격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라이브를 선보이는 골든차일드... 지금 바로 생각나는 대로 나열한 아이돌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돌이 직접 만들거나 프로듀싱한 곡을 무대에 올리고, 저걸 어떻게 연습해냈지 싶을 정도의 고난도 안무를 라이브와 함께 소화한다.

특히 <음악중심>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립싱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력파 아이돌의 무대는 더욱 돋보인다. 실력파 아이돌들은 매 앨범마다 자신의 실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날이 갈수록 ‘아이돌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성장해나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상승 에너지 안에서 방탄소년단이라는 글로벌 아이돌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또 다시 아이돌음악 세계에 새로운 도전정신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머지않아 제2, 제3의 방탄소년단이 나타날 것 같은 예감도 막연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아이돌이 밤을 새워 멋진 음악을 만들고,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연습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예쁜 우상(아이돌)이 아닌, 자의식 강한 음악인으로 서고 싶어 하는 아이돌들에게는, 연출자로서도 최선을 다해 힘을 실어주고 싶다.

아울러 팬덤이나 음악방송 제작진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 음악에 조금 더 귀 기울여 준다면, 아마 그들의 성장 속도는 배로 늘어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프론티어로서 닦아나가고 있는 글로벌 로드를 뒤이어 걸을 아이돌이 누가 될지, 희망 섞인 궁금증이 커져가는 가을이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들으면 좋은 아이돌 음악.

- 방탄소년단 <I’m fine> : 이번 리패키지 앨범 수록곡으로, 방송에서도 선보인 곡. 자꾸만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겠다는 자작 가사가 심금을 울리는 동시에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한다. 한 편의 드라마틱한 뮤지컬 같은 무대영상과 함께 보면 감동이 배가.

- 샤이니 <I Want You> : 올여름 세 장의 앨범을 연이어 발매해 팬들을 행복하게 해준 10년차 아이돌 샤이니. 그 중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마치 피톤치드 가득한 가을숲 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지는 곡.

- 아이콘 <바람> : <사랑을 했다>라는 국민가요를 탄생시킨 아이콘의 최근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듣고 있으면 마치 가을운동회 혹은 가을 대학축제의 열기 안으로 들어간 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운동할 때 들으면 딱이라는 댓글들이 많았던 곡.

- 펜타곤 <생각해> : 신인 아이돌로서는 보기 드물게 음원 역주행이라는 기록을 세운 곡 <빛나리>가 실려있는 앨범의 수록곡.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가을 출퇴근길 플레이리스트에 올리기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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