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 첫 회의부터 '경영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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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편성·프로그램까지 거론하다 "개입 자제해야" 지적 받기도

▲ 방송문화진흥회 11기 이사들의 회의 모습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11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들이 7일 MBC 경영진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선 선임 직후부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직접 방문진 이사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이사들이 현 MBC 경영진을 향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최승호 사장과 변창립 부사장 등은 이날 이사회에 출석해 MBC의 상반기 실적을 보고하고 하반기 업무 계획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까지 MBC 편성제작본부장을 지낸 김도인 이사는 ‘청산과 재건’을 내세운 최승호 사장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최승호 사장이) 청산과 재건을 말했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잘못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이어 김 이사는 앞서 일각에서 제기한 ‘이메일 불법사찰 논란’을 언급하거나, “10월에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등 (MBC 내부에서) 대대적 ‘솎아내기’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 “파업 불참자를 대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MBC의 편성이나 특정 출연자를 거론했다 다른 이사들의 반발을 사는 일도 있었다.

기획편성본부의 업무보고에서 김도인 이사는 “8월 15일에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이 없었나. ‘건국절 논란’ 때문인가”라고 물었다가 신인수 이사로부터 “(방문진이) 관리감독기구라 해도 MBC의 편성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도본부 업무보고에서도 김 이사는 “<100분 토론>의 김지윤 박사는 한 쪽 의견만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거나 “<스트레이트>에 외부 출연자를 쓰면 제작비에서 나가는 돈이 너무 과다하지 않나, 가급적 내부 인사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 특히 주진우 기자는 이재명 지사와 배우 김부선 관련 논란으로 하차 여론이 있지 않았나”라는 의견을 냈다.

이를 두고 김경환 이사는 “발언의 취지는 이해하나 방문진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고 어느 선부터는 넘지 말아야 하는지 이사들 간 논의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며 “과거에도 방문진이 MBC의 편성이나 경영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과거 MBC 기획국장과 기획본부장을 거쳤던 최기화 이사 또한 예산이나 영업실적 등 경영부문에 대한 질문을 연이어 던지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두 이사들의 질문 공세에 김상균 이사장은 “다른 이사들도 발언을 신청하기 시작하면 (진행이) 지지부진해진다, 이 정도로 해 달라”, “오늘 (11기 이사회가) 첫 회의를 하는데 예년보다 지체되고 있다,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경영본부의 업무보고는 다음 회의인 10일로 미뤄졌다.

한편 MBC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송제작비 증가와 대형 스포츠 이벤트 편성 등으로 올 상반기에 535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승호 사장은 “각 부문별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중계방송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전체적으로 수익이나 시청률 면에선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수익 부분에서 지상파 광고시장이 약화되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승호 사장은 “지상파 광고시장 위축의 원인 중 하나인 차별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익을 증진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최근 MBC가 어렵다고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지만, 지금은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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