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최저임금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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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최저임금 공략법
가짜뉴스 논란에 이어 정해구 위원장 인터뷰도 도마에...정부 정책 때리고 보자는 고의성 다분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09.1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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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경제>가 잇단 ‘홈런성 파울 볼’을 날리고 있다. 최저임금 때문에 한 여성이 자살했다는 보도로 가짜뉴스 논란에 휘말리더니 이번에는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내세워 “경제정책 종합적 운용 실패”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수쪽의 주목을 받았다. 당정청이 ‘소득주도성장’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합창을 하는 와중에 대통령 최측근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고백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한국경제>의 보도를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할까. <한국경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보도를 보면 간단하게 확인된다. 최근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보도가 연달아 도마에 올랐다. 

8월 24일 <한국경제>는 한 여성의 사망 사건 배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목한 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식당·편의점·주유소 등에서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가짜뉴스’ 논란 끝에 삭제됐다.

5일 뒤에 가짜뉴스 관련한 후속·해명 보도를 내놓긴 했다. 그 해명보도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사망 관계를 연관 지을 만한 근거 없이 ‘주변인 증언’이 전부였다. 사실은 무시되고 해석과 추측만 난무했다는 소리다. 후속보도는 자살인지 단순 사망인지 그 죽음이 최저임금 인상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기자가 확인해야 할 기초적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셈으로, 이런 것을 오보라고 부른다.

<한국경제>는 ‘사실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가짜뉴스’는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에 흠집을 내려 했다는 식의 일부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런 식의 오보를 내보냈을까.

보도기사(straight news)에서 사실관계의 오류를 인정한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기사는 곧 그 기자 자신의 신뢰, 명예의 표현이라는 뜻이다.

<한국경제> 보도는 일부에만 오보로 알려졌을 뿐, 야당쪽에는 진실로 인식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삭제된 기사 내용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보가 야당 원내대표의 입을 거쳐 지상파 방송을 통해 확산된 것이다.

▲ <한국경제> 9월 9일자 3면 기사.

<한국경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 10일자 신문 3면은 ‘文정부, 핵심 브레인의 쓴소리’라는 제목 아래 〈‘경제정책 종합적 운용 실패… 최저임금이 文정부 브랜드 돼버렸다’〉는 정해구 위원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정 위원장의 입을 빌려 “경제정책 종합적 운용 실패...”라는 제목으로 나갔으니 야당과 보수신문의 눈길을 끌만한 기사였다.

보도 이후 당사자는 '기자가 대학 강의실에 찾아와 뿌리치지 못해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대화한 내용이 기사화됐다'고 반발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프 더 레코드나 정식 인터뷰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정해구 위원장이 실제 그런 발언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분노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이 보도 역시 오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워딩과 함께 “청와대가 단기 성과에 매몰돼 있다 보니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시간을 놓쳤다는 설명”이라는 기자의 해석이 가미돼 정해구 위원장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시인한 장본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경제>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책기획위원장으로 무책임한 발언을 ‘적대적 신문사’ 소속의 기자에게 한 셈이다. 정 위원장의 평소 발언이나 문 정부 경제정책의 성공을 바라는 입장을 고려하면 <한국경제> 보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왜곡 보도일 가능성이 높다. 보도 내용을 정면에서 반박‧부정할 경우에 더 큰 논란과 정치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정해구 위원장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조중동은 신이 났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 참모들이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 오류를 일부 인정하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면서 <한국경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文 핵심참모 ‘소득성장 성과 없어...文정부 내년초 고비’〉라는 제목으로 인용보도했다.

고의성이 다분한, 방향을 미리 정하고 취재나 인터뷰를 시도하는 기자들. 사실 여부는 뒷전이고 일단 정부정책에 타격을 입혀 주목을 받는 오보성 보도는 다른 언론사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확대 재생산된다.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언론에 대한 정부의 언론 정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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