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해외 행사에 국내 취재진 대거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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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2019년 오리지널 라인업 행사'에 취재비 전액 지원...청탁금지법 이후 '공짜 출장' 이례적

▲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넷플릭스가 내년도 오리지널 시리즈 라인업을 공개하는 국제 행사에 한국 기자들을 초청했다.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에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국내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최근 각 언론사에서 대중문화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오는 11월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취재진을 상대로 열리는 내년도 오리지널 라인업 공개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냈다. 2박 3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2019년 오리지널 신작 라인업 공개와 출연 배우·제작진 간담회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제시카 리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부사장과의 간담회,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등의 제작발표회를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개최했지만 한국 취재진을 해외 행사에 초청한 적은 없다. 

초청 규모도 70여개 매체에 달하는데, 넷플릭스는 이들의 항공권·숙박료 등을 모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행사가 열리는 경우 비교적 한정된 수의 한국 취재진만을 초청해 왔던 것에 비교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이는 한국 진출 2년째를 맞이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4월 서울 광화문으로 한국 상주팀 사무실을 옮긴 넷플릭스는 연이어 채용공고를 내고 인력 확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프로덕션 매니저·홍보·법률 자문·마케팅·소비자 연구 등 약 15개 직군에 대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상주 인력이 수십 명에 이를 것이라거나, 한국 상주팀이 지사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초청을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넷플릭스가 적극적으로 자사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홍보하고, 취재진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돈다.

행사 초청을 받은 한 기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중국이나 아직 커다란 성과가 없는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활성화된 편이고, 이용자들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라며 “한동안 뜸했던 기자 초청 행사까지 한다는 것은 넷플릭스가 한국을 중요한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행사는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라지다시피한 '공짜 출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뒤로 기자들이 기업으로부터 취재비 전액을 지원받아 가는 '해외 출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해 해외에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나 케이콘 등을 여는 CJ ENM도 자율적으로 현장을 찾은 취재진의 현장 지원은 계속하지만, 취재진을 공식적으로는 초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서도 비슷한 방침이 공유됐다. 

CJ ENM의 한 관계자는 “어떤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해당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한 앞으로도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취재진 해외 초청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초청이 청탁금지법 위반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매뉴얼에 따르면 행사 주최 측이 공식적인 행사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은 제공할 수 있으나 '공식 행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참석자가 특정되거나 차별되지 않고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지난 2017년 애플이 신제품 홍보 행사에 한국 취재진을 초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 청탁금지법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권익위는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외국 기업이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수준의 항공권·숙박·음식물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권익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국내 기자 초청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신고가 접수되면 자료조사와 진술 청취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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