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색깔론 공세 끝에 과방위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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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사 증인 채택 요구하다 퇴장... KBS 국정감사 등 반쪽 국감될 듯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드루킹 사건 관련자들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다 퇴장하고 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MBC의 관리감독기구이자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상남도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던 끝에 퇴장했다. 당장 19일로 예정된 KBS‧EBS 국정감사가 ‘반쪽 국감’이 될 가능성도 생겼다.

18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계속해서 드루킹 사건 관련 증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정용기 의원은 “포털사이트 대표를 제외한 증인들은 국감을 진행하며 누차 협의해 왔지만, 최종적으로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드루킹 사건 관련 증인들을 채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국감을 진행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금이라도 간사들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 주시길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드루킹 사건 관련자들의 증인 채택을 재차 요구한 것은 증인 출석요구 시한 때문이다. 국회법상 국정감사에 증인의 출석요구서는 출석일 7일 전에 당사자에게 송달돼야 하는 만큼, 사실상 증인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40여 분간의 여야 공방이 이어지고, 자유한국당의 요청으로 한 차례 정회하기도 했으나 드루킹 사건 관련자들의 증인 채택 여부는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김세의 전 MBC 기자와 이순임 MBC 공정노조 위원장 등에 대한 참고인 질의를 마친 뒤 ‘더 이상 국감 참여는 어렵다’며 단체로 퇴장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퇴장 전까지 MBC 시무식에서의 태극기 게양 여부 등을 놓고 집중 공세를 펼쳤다.

윤상직 의원은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에게 “MBC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공영방송인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가”라며 “올해 시무식에서 태극기가 없었다고 한다. 공영방송이라면서 시무식에 태극기가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라고 물었고, 박대출 의원은 “내년 시무식엔 태극기 달 거라고 하겠나”라고 거들었다.

김상균 이사장이 “해당 행사는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사원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윤상직 의원은 “국감에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사장이 위증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이 가운데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순임 MBC 공정노조 위원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태극기가 없었던 것은 최승호 사장의 의중이라 생각한다”며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국민의례를 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MBC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이에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다소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MBC가 공식 행사에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애국가를 불러야 할 의무는 없다. 국민의례에 관한 규정 제3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공식행사를 개최할 때에는 다른 식순에 앞서 국민의례를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중앙행정기관’이란 정부조직법에 따른 부·처·청 등만이 해당된다. 대한민국국기법 제8조에서도 방송사 시무식에 태극기를 의무적으로 게양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실제로 2014년부터 MBC 시무식에는 태극기를 게양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인해 보니 지난 정부 때에도 태극기 게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계라 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수 의원도 직접 2014년부터의 시무식 사진을 화면에 띄우고 이순임 위원장에게 MBC 시무식 담당자가 이와 같은 내용을 설명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했지만, 이 위원장은 “나는 받은 적이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송희경 의원은 MBC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북한의 선군사상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나오거나 논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 제시됐다는 점을 들며 “사상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용기 의원은 “MBC 방문에 맞춰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피켓시위를 넘어 계란투척을 준비한다는 첩보가 있다. 필요하면 경찰에도 연락하고 MBC에도 자체 경비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문진이나 MBC와는 관계없는 질문도 등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김상균 이사장을 향해 최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새터민 출신인 조선일보 기자를 북한 취재에서 제외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어 박 의원은 “조평통의 심기호위대장 역할을 하는 조명균 장관이 통일부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해임을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방문진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의 본 취지와 맞지 않는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문진을 대상으로 하는 국감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MBC를 어떻게 다시 국민 다수가 사랑하고 아끼는 방송으로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데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방문진 국감을 중계하는 게 (MBC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까 싶다. 내부 진흙탕 싸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을 뿐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공방이 오가면서 오늘 국감을 지켜본 분들이 MBC에 더 실망하고 신뢰를 잃게 만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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