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 복귀가 반가운 304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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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아이돌 복귀가 반가운 3040세대
god 17년만에 '같이 걸을까' 예능 출연...향수 자극하는 콘서트·예능 프로그램 인기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8.10.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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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같이 걸을까>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요즘 TV를 보면 ‘원조’ 아이돌 그룹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활동을 재개한 H.O.T, 젝스키스, 신화, god 등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1세대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은 당시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누렸지만, 차츰 개인 활동으로 흩어지거나 해체 수순을 밟았다.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은 어려운듯 보였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방송 출연에 이어 단독 콘서트까지 여는 등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만큼 다시금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기대 이상의 화제성을 만드는 동시에 3040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일으키는 등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1일 처음 방송된 JTBC<같이 걸을까>에서는 god가 출연 중이다. god는 1990년대 후반 ‘어머님께’, ‘거짓말’ 등 히트곡을 내며 활동하다가 해체했다. <같이 걸을까>는 god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약 2주간 걷는 여정을 담는다. MBC<육아일기> 이후 17년 만에 ‘완전체’로 출연해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사실 예능으로만 보면 볼거리는 한정적이다. 아직 초반이라 아침과 오후 내내 “또 옥수수밭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비슷한 그림과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의 체력적 한계가 위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20년 지기의 서사는 곳곳에서 묻어난다. ‘알베르게’(숙소)의 이층침대를 보며 신인 시절 합숙 생활을 추억하고, 끊어질 것 같은 요통에 시달리는 멤버를 호들갑스럽게 챙기기보다, 배낭을 들어주며 걷는 속도를 맞춘다. 이들이 ‘같이’ 걸어갈 여정에 궁금증이 생긴다. 

지난 8월 KBS<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20년차 아이돌 신화가 출연했다. <1박 2일>에서 게스트 초대가 색다른 포맷은 아니지만, 데뷔 후 멤버 교체 없이 활동했던 신화의 출연은 눈길을 끌만 했다. 신화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했다.

시청률도 10.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5년 우정’의 <1박 2일> 멤버들과 ‘20년 경력’의 신화의 막상막하 대결이 볼거리였다. '폐교 취침'을 걸고 '콜라 마시기' '탑 쌓기' 등을 99초 내 성공해야 하는 ‘99초 릴레이 미션’부터 서로의 팀워크를 겨루며 예능감을 뽐냈다. 또 20년 발자취를 보여주는 키위왕자 CF부터 당시 파격적인 시도로 눈길을 끌었던 세미누드 사진을 공개하는 등 옛 추억을 소환했다.

H.O.T와 젝스키스의 재결합도 눈에 띈다. 이들 그룹은 1990년대 후반 국내 가요계에서 쌍벽을 이뤘다. 젝스키스는 2016년 4월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했고, H.O.T.도 지난 2월 <무한도전>에서 다시 뭉쳤다. 방송 출연에 이어 이들 그룹은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오랜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H.O.T와 젝스키스의 콘서트가 이례적으로 같은 날(13~14일) 열렸다. H.O.T는 2001년 열린 공연 이후 17년 만에 단독 콘서트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를, 젝스키스는 ‘SECHSKIES 2018 CONCERT’를 열었다. H.O.T.는 티켓 8만장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고, 최근 메인보컬 강성훈이 각종 의혹에 휘말린 젝스키스도 약 2만장 가까이 표를 팔았다. god도 지난 19일 20주년 콘서트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1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이처럼 대중문화계 전반에 걸친 1세대 아이돌의 복귀는 3040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1인 미디어와 개인 맞춤형 콘텐츠가 주목받는 가운데 특정 세대가 향유하는 서사를 담은 콘텐츠는 또 하나의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1세대 아이돌이 1990년대 후반 국내 대중음악과 대중문화의 전성기를 거쳐 새로운 이정표를 찾고 있는 동안 팬들은 주요 소비 주체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를 원하고 있다.

어쩌면 1세대 아이돌의 복귀는 관찰 예능과 여행 예능과 같은 ‘대리 힐링’에 그치지 않고, 3040세대가 열광했던 아이돌과 자신을 연결하고, 그들과의 추억에 동참해 유대감을 느끼는 ‘자발적 힐링’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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