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시간에 쫓기며 촬영...한국 드라마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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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시간에 쫓기며 촬영...한국 드라마 대단해"
'18회 한중일PD포럼 폐막... 中 관계자, 안동MBC '다문화가정 퀴즈 프로그램' 즉석 합작 제안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8.10.2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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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부터 24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18회 한중일 PD포럼이 열렸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한중일 3국의 방송 관계자 300여명이 모인 제18회 한중일 PD포럼이 24일 막을 내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 참여'로, 참석자들은 3박 4일간 각국의 출품작을 감상하고 토론을 나눴다.

무엇보다 다문화 사회, 인구 고령화, 비혼 가구 증가 등 한중일 모두 겪고 있는 사회 현상을 조명하고 방송의 역할을 성찰한 작품들이 참석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예능 부문 출품작 안동MBC <깨소금>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출발한 퀴즈 프로그램이다. 한 중국 PD는 "즐거움을 주는 예능은 제작하기 쉽지만, 시청자가 즐거우면서 동시에 감동하고 몰입할 수 있는 예능을 제작하긴 어렵다"며 "옆에 있는 동료는 다문화 부부가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 주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감상을 전했다.

<깨소금>을 연출한 서현 PD는 토론이 끝난 뒤 즉석에서 합작 제안을 받기도 했다. 서 PD는 "중국 허베이성 방송사 관계자로부터는 합작 제안을 받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다큐멘터리 부문 출품작 <산이 품어낸 생명의 食, 한 그릇 더!>는 산촌마을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마을의 정신과 전통을 전수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감상 후 한국의 참석자 사이에서는 '품앗이' 전통이 일본에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곳은 시청 가구가 7만 세대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케이블방송사로, '소규모'라는 특성이 역설적으로 지역에 밀착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힘이 됐다. 후쿠시마 요시아키 조에스 케이블비전 PD는 "큰 주제를 다루기보단 지역에 남아있는 것들,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고 계승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출품작 <KBS스페셜 삼대-연변처녀 도쿄정착기>는 일제강점기에 중국으로 이주했던 한국인, 즉 '조선족' 3대가 한국과 중국, 일본에 흩어져 살고 있는 풍경을 그렸다.

이 작품은 한중일 3개국의 과거에서 출발해 현실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개막작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지운 KBS PD도 "일본을 피해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사람들의 후손이 역설적으로 일본에 안착하고자 하는 모습을 통해 한중일이 100여 년 간 걸어온 복잡한 역사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 21일부터 24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18회 한중일 PD포럼이 열렸다. ⓒ PD저널

방송 제작 환경과 방송이 그려내는 모습에서는 3국의 차이가 드러났다.

일본의 드라마 부문 출품작이자, 젊은 여성 부검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BS<언내추럴>을 감상한 뒤 한국 참석자들은 "한국의 의학 드라마 주인공은 신입 남성 의사나, 강단 있고 나이가 있는 남성 의사인데 젊은 여성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 흥미롭다"는 평을 내놨다.

중국에서 온 참석자는 비슷한 장르의 웹드라마가 공개됐다가 자극적인 장면 때문에 정부로부터 차단 조치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며 일본에서 허용되는 표현 수위를 물었다. 

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 제작 환경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언내추럴>의 아라이 준코‧츠카하라 아유코 PD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도 방송 시간에 쫓기며 촬영하지만 한국은 더 대단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일 역사에 대한 한국과 일본 참석자들의 민감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일본의 예능 부문 출품작 <여유낙낙 타모리씨>는 일본의 인기 예능인이자 배우인 '타모리'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을의 기원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포럼에서 구라시키(오사카 인근의 도시) 편을 감상한 한국 PD들은 이곳이 일제의 강제징용이 이뤄진 곳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카무라 다카시 NHK PD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굉장히 마음 아픈 역사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여유낙낙 타모리씨>의 콘셉트는 마을의 형성 과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앞으로 마을이 만들어질 때 (역사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면 소개할 의향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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