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보기’ 예능의 확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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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보기’ 예능의 확장성
제2회 프로그램 연구비평 모임,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울산MBC ‘경성판타지’
  •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 승인 2018.10.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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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한국PD연합회 강의실에서 진행된 두번째 프로그램 연구비평 모임. ⓒPD연합회

[PD저널=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인기 예능프로그램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와 울산MBC <경성판타지>를 주제로 한국 PD연합회 두 번째 프로그램 연구비평모임이 열렸다.

<어서와>를 대표해 MBC에브리원 장재혁 팀장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참석했고 <경성판타지>를 대표해 울산MBC 민희웅PD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토론에 임했다. 20여명의 참석자가 PD연합회 회의실을 가득 메웠고, 류지열 PD연합회장과 전규찬 언론정보학회장의 간략한 인사말에 이어 홍성일 한예종 겸임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광화문 광장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다양하다. 광장 앞의 이순신 장군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설 수 있다. <어서와>와 <경성판타지>는 ‘낯설게 보기’가 핵심이다. 한국인(서울거주자)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현실이 누군가의 눈에는 초현실적이고 기이하게 보일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은 ‘다름’을 통해 ‘같음’에 의문을 던지고, ‘같음’을 통해 ‘다름’을 성찰케 하는 소통의 예능이다.

두 프로그램의 엄청난 잠재력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성취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서와>가 이주노동자의 친구들, 이슬람 친구들, 다양한 여성 친구들을 불러들여 안산 원곡본동, 대림2동을 방문하고 <경성판타지>가 노량진 고시원과 강남 부촌을 오가고 역삼과 선릉의 홍등가를 비추며 종로의 수많은 취업 예비군을 비춘다면 폭발력이 있을 것이다.

서울 사람이 보는 <경성판타지>와 외국인이 보는 <어서와>는 이 프로그램의 유통 범위가 비약적으로 팽창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를 통해 <어서와>가 전 세계에 방영되고 <경성판타지>가 지역 방송사간 프로그램 교류와 유튜브 등의 온라인 유통을 활성화시킨다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홍성일 교수 발제 요지)

▲ 지난 29일 한국PD연합회 강의실에서 진행된 두번째 프로그램 연구비평 모임. ⓒPD연합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장재혁 팀장은 “제작진의 연출을 철저히 배제하고 출연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차근차근 찍어나가는 게 이 프로그램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출연자들이 방문하는 장소나 선택하는 음식이 똑같은 경우가 많아서 늘 고민이다.

“산낙지 먹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 있는데,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검색하면 늘 산낙지가 나오기 때문에, 출연자 원하는 대로 촬영을 일단 하고 편집에서 자르는 등 노력을 한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산낙지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 여러 팀이 같은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민인데, 같은 장소라도 일단 촬영하고 이전에 나오지 않은 참신한 얘기가 있으면 방송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과감하게 삭제한단다.

한국 체험의 폭을 확대하는 문제와 함께 매력적인 게스트를 선정하는 것도 언제나 큰 과제다. 백인 남성 위주의 아이템 선정이 문제라는 점을 제작진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멘트 프로그램의 특성상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촬영 중 스태프가 “재미있다”며 웃으면 남성 출연자들은 더 신나하지만 여성 출연자들은 오히려 위축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다. 제작진도 시청자들의 지적을 잊지 않고 출연자들을 안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촬영 기간이 짧아서 지방을 잘 못 가는 한계가 있는데, 이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프로그램 해외 판매를 위해 여러 경로로 알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그저 한국 소개 프로그램으로 인식할 뿐, 체험의 디테일과 웃음의 묘미를 잘 캐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다고 장재혁 팀장은 토로했다.

<경성판타지>의 민희웅 PD는 “서울의 문제점보다 의외로 ‘판타지’의 비중이 더 부각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지역민이 체험하지 못한 서울의 혜택과 기회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 출연자들은 서울 여행을 통해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거나 고향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서울 공화국’, ‘지방은 식민지’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이 프로그램은 불가피하게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성찰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은 민희웅 PD의 후배 정상민 PD였다. <경성판타지> 기획안은 4년 동안 정상민 PD의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다가 올해 빛을 보면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의 방송사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제작비와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한다. 지역에서 2박3일 촬영한 뒤 서울에서 3박 4일동안 여행기를 촬영한 뒤 4회분으로 편집해야 한다. 민 PD는 “지역 프로그램이지만 조금만 투자하면 서울 못지않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다.

<어서와>는 작년 봄 첫 방영 이후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재발견’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한국 체험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국제 시장에 진가를 알리고 있다. 제30회 한국PD대상 예능부문 작품상 수상작이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매주 목요일 저녁 8시 반 시청자를 찾아간다.

<경성 판타지>는 “지역민의 눈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서울을 보여준다”는 목표로 올해 4월 방송을 시작, 울산, 담양, 제주, 강원, 전주 지역 출연자의 서울 체험을 웃음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올해 7월 제220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반 MBC 8개 지역 네트워크에서 방송되며, 지난 8월부터 서울 본사에서도 방송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선 두 프로그램 PD들의 진솔한 목소리에 이어 홍성일 교수의 애정 어린 발제, 그리고 참석자들의 생산적인 제안들이 이어졌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서 시너지를 이루고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열매를 맺길 기원하는 자리였다.

MBC에브리원의 조범 센터장과 울산MBC의 이영훈 편성제작국장이 토론에 참여, 회사에서 이 프로그램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느끼게 해 주었다. 뒤풀이에서는 장재혁 팀장과 민희웅 PD 사이에 ‘동종프로그램 간담회’가 치열하게 이어졌다. 프로그램 연구비평모임의 발제와 토론 내용은 1년 치를 엮어 내년에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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