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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7 17:07
  • 수정 2018.11.15 17:04

"드라마, 자본 논리 속에서도 의미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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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작 '드라마스페셜-엄마의 세번째 결혼' 마친 김영진 KBS PD, "새벽촬영 일상이었던 관행 지금은 후회"

▲ KBS <드라마스페셜-엄마의 세 번째 결혼>을

연출한 김영진 KBS PD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아쉽죠. 기회를 줘서 고맙기도 하고."

지난 2일 방영된 KBS <드라마스페셜-엄마의 세 번째 결혼>을 연출한 김영진 PD에게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짧은 답이 돌아왔다. 1987년 KBS에 입사한 그는 <엄마의 세 번째 결혼>을 은퇴작으로 2020년에 퇴직한다.

짧은 대답 속엔 사실 복잡한 사정이 담겨 있다. 김영진 PD는 1998년 시청률 50%대를 기록한 주말드라마 <야망의 전설>을 이끈 주역이다. 하지만 2000년 1급 장애(하반신 마비)를 남긴 교통사고는 오랫동안 그를 연출 일선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2010년 특집극으로 다시 메가폰을 잡기까지, 김 PD는 엄혹한 시절을 보냈다. 지난 6일 KBS 별관에서 만난 김 PD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투명인간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연기자나 스태프가 바쁘다고 (나를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 건데 '무시당한다'는 억하심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시절은 "재미있는 것, '큰 것'만 찾던"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영혼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시기이기도 했다. 실제 그가 복직한 뒤 내놓은 드라마들은 모두 장애인이나 '가짜 치매 노인', '왕따 소년', '기러기 아빠' 등이 서로를 만나 상처를 보듬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엄마의 세 번째 결혼>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오은영(이일화 분)-오은수(이열음 분) 모녀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지만, 김 PD는 오은수와 오은수의 남자친구 이강우(연준석 분)가 복지관에서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무척 공들여 찍었다. 김영진 PD는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간다"며 "복지관 촬영 분량이 더 많았는데 편성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라낸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가 PD로 32년을 보내면서 드라마 산업도 많은 변화를 맞았다. 한때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자유롭게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 PD만 해도 <야망의 전설> 연출 당시 군 정보사 요원이 촬영 현장을 드나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반면 지금의 드라마 산업에선 자본이 권력이다. 김영진 PD는 "요즘엔 배우들이 tvN드라마를 찍고 싶어 한다는데, (드라마 산업이) 자본 논리에 먹히고 있다"면서도 "그럴수록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미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막극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이것이 공영방송의 책무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단막극은 운동으로 치면 기본기를 기를 수 있는 곳이죠. 그 기본조차 하지 말라고 하면 나중에 어떤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예요. 예전엔 <TV문학관>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이젠 <드라마스페셜>밖에 남지 않았어요. 다른 곳에서 (단막극을) 하지 않는다면 KBS라도 해야 합니다."

돌아보니 후회가 되는 대목도 있다.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장을 만드는 데 그 역시 한몫을 한 건 아닌가 싶어서다. 김영진 PD는 "예전엔 오전 5시에 여관에 들어가면서 조연출이 '7시에 출발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그땐 '일은 이렇게 해야 해, 어영부영하면서 드라마 한다고 하면 안 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안 좋은 생각이었다"고 술회했다.

후배 PD들에게 "우리가 툭 던지는 게 (사회에선) 영향력이 크다. 줏대를 가지고, 의미 있는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한 김 PD는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의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촬영 기간을 늘리고, 여러 팀을 투입해 합을 맞춰갈 수밖에 없겠죠. 방송사 경영진도 (드라마에) 애정을 가지고,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봐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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