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역 드라마, '국민 엄마들'의 눈부신 활약
상태바
2인 1역 드라마, '국민 엄마들'의 눈부신 활약
'나인룸' '계룡선녀전' 끌고가는 김해숙·고두심, '사형수' '선녀' 로 분해 열연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8.11.12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tvN <나인룸> 한 장면. ⓒtvN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최근 드라마에서 중견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출연해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tvN <나인룸> 주연으로 활약 중인 김해숙, tvN <계룡선녀전> 고두심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 편성된 JTBC <눈이 부시게>에선 배우 김혜자가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동안 다소 제한적인 캐릭터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소재나 표현 수위가 비교적 자유로운 영화쪽에선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TV 드라마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중견 배우들이 미니시리즈에서 주요 인물의 조력자가 아닌, 주요 캐릭터로서 활약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배우 김해숙은 tvN <나인룸>에서 캐릭터가 강한 장화사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장화사는 형 집행이 34년째 미뤄진 최장기 미결수이자 사형수로, 악연으로 얽힌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 분)와의 감전 사고로 영혼이 뒤바뀌고 만다. 이들은 영혼이 서로 뒤바뀐 뒤 약점을 쥐고 이용하는가 하면, 공조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나가고 있다.

김해숙은 과거 영화 <박쥐>의 ‘라 여사’, <도둑들>의 ‘씹던껌’으로 출연하며 연기 변신을 꾀했지만, 드라마에서 ‘엄마’가 아닌 사형수를 맡은 것 자체가 파격이다. 민낯의 초췌한 모습으로 사형수를 연기하고, 을지해이로 영혼이 바뀐 뒤에는 연기 색깔도 달리한다. 을지해이의 거만한 말투와 표정, 그리고 복수와 분노가 가득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 끌고 있다.

지난 5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계룡선녀전>에서는 배우 고두심이 출연 중이다. <계룡선녀전>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나무꾼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리스타가 된 선옥남(문채원 분)이 정이현과 기금, 두 남자를 우연히 만나고 서방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판타지 드라마다.

<계룡선녀전>에서는 고두심과 문채원이 각각 ‘할머니 선옥남’과 ‘젊은 선옥남’을 연기한다. 아직 극 초반이라 이들의 연기 호흡을 지켜봐야겠지만, 고두심이 한 인터뷰에서 “나 역시 엄마 이전에 여자라는 점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 뜻깊었다”라고 밝힌 것처럼 연기 변신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또 배우 김혜자는 내년 상반기 편성 예정인 JTBC <눈이 부시게>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눈이 부시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채 써보지도 못한 노인이 되어버린 여자와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와의 시간 이탈 판타지 로맨스를 담아낸다. 김혜자는 우연히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 후 어느 날 갑자기 70대 노인이 된 여자로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뒤엉킨 시간에 갇혀버린 인물을 김혜자와 한지민이 동시에 연기할 예정이다.

이렇게 중견 배우가 주연급으로 활약하게 된 배경은 드라마가 복합장르에서 복합적인 인물 구도로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남녀 위주 혹은 삼각·사각 관계의 인물 구도에서 나아가 판타지 요소를 강조하는 캐릭터에 중년 배우의 역할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중견 배우들은 ‘국민 엄마’를 벗어나 역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 시청자들도 색다른 연기 조합이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제작진이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복합장르·복합인물 구도로 중견 배우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지만, 극의 특성으로 시청자의 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영혼이 뒤바뀌는 인물 구도는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하는 인물을 찾는 데 혼란을 줄 수 있고,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관건이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아역에서 성인 연기로 넘어갈 때, 시청자에게 시간의 경과를 환기해주지만, 2인 1역 혹은 서로 바뀐 상대를 연기하는 서사에서는 ‘현재성’이 중요한 요소다. 배우 간 연기의 톤이 어긋날수록 시청자들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의 진화에 따라 중년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영상 문법과 배우 간 연기 호흡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출과 각본이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