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족을 일으켜 세우는 유족들
상태바
다른 유족을 일으켜 세우는 유족들
CBS '남겨진 이들의 선물’ 4부작, 재난 사고로 슬픔 겪은 유족의 연대기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11.12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저널=김혜인 기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울고만 있지 않았다. 무력한 희생자도 아니었다.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유족들은 또다른 슬픔을 겪은 유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 유족들은 그렇게 팽목항으로 향했다.

오늘(12일)부터 4부작으로 방송되는 CBS <남겨진 이들의 선물>은 재난과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또 다른 유족들을 위로하고 힘을 모으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남겨진 이들의 선물> 첫방송을 앞두고 12일 만난 정혜윤 PD는 “보통 유족들을 다룰 때 ‘아직 그날을 살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유족들은 그날에 머무르지 않고 (또다른 재난사고를 막기 위해) 행동하고 나아 간다”라고 말했다.

정혜윤 PD가 프랑스와 미국, 전국을 돌며 만난 유족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슬픔을 딛고,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기꺼이 행동한 이들이었다.  

▲ 프랑스 펜박 관계자와 함께한 정혜윤 피디(오른쪽)ⓒCBS

1부 ‘유족119’편은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 씨가 프랑스 재난 참사 피해자 협회 연대 ‘펜박’(FENVAC)을 찾아간 이야기로 시작한다.

재난으로 소중한 이를 잃은 유가족들로 구성된 ‘펜박’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119처럼 현장에 ‘출동’한다. 펜박은 국가와 협약을 맺어서 국가의 이름으로 파견된다. 프랑스 정부가 함께 나서는 이유는 재난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어 13일 방송될 2부 ‘세월호에 출동한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을 찾은 다른 재난 사고 유족들의 이야기가 실린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과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으로 유치원생 자녀를 잃은 유족들이 사고 이후 국가에게 느낀 배신감,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 그리고 다른 이를 위로하기 위한 움직임 등이 담긴다.

14일 3부 ‘파리의 천안함 병사’ 편에는 천안함 생존자 최광수 씨의 사연을 소개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간 그는 ‘뗴제베 탈선 사고’를 보며 심리 치유팀이 재난 현장에 파견되는 등 한국과는 다른 대처 방식을 보게 된다.

당시 최 씨가 관심을 보인 '펜박'은 2015년 파리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며 피해자가 적절한 지원과 보상을 받도록 도왔다.

마지막 편인 4부 ‘희망, 희생자, 생존자, 변화를 만드는 자’에서는 유족들은 가족이 겪은 사고를 타인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복기한다. 씨랜드 유족들은 씨랜드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진실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백서를 만들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도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구 지하철 노조와 함께 화재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 

정 PD는 유족들이 고통스럽지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주체적으로 변화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 정혜윤 피디(왼쪽)가 파리 테러 유족 모임 ‘11 13 15 진실과 우애’ 필리프 뒤뻬롱 회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뒤뻬롱 회장은 2015년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로 아들을 잃었다.ⓒCBS

<남겨진 이들의 선물>에서 일면식도 없는 유족과 유족 사이에는 연대의 끈이 놓여 있다. 전화 한통으로, 말 없이 나누는 포옹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을 나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펜박' 같은 단체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그동안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드러난 사회의 시선은 회의적인 전망을 낳게 한다. 

정 PD는 “우리나라는 피해 보상 문제와 혐오의 시선으로 유족들의 이야기를 왜곡하기 일쑤”라며 “(재난과 같은)일을 당하면 진실도 파헤치고 책임자도 처벌하는 게 맞는데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특집을 제작한 정혜윤 PD는 “유족들은 끝까지 용기 있게 진실을 감당했고 무력한 희생자에서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유족들이 사랑의 힘으로 만들려고 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많은 이들이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집 해외 르포 <남겨진 이들의 선물>(표준FM 서울 98.1MHz)은 12일부터 15일까지 저녁 7시 25분부터 50분까지 나흘간 방송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