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바람 타고 '보물창고' 개방한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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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유머일번지' '가요톱텐' 채널 개설...아카이브 활용해 온라인 전용 콘텐츠 제작 계획

▲ KBS가 지난 10월 초 유튜브에 개설한 '크큭티비' 화면 갈무리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KBS가 1980년대부터 누적된 영상자료의 활용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각 방송사가 디지털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KBS만의 풍부한 아카이브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최근 '복고' '레트로' 바람을 타고 과거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그램이 새삼 생명력을 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SBS와 MBC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지붕뚫고 하이킥> 등 예전에 방영됐던 시트콤을 5분 내외 영상으로 다시 공개하고 있다. 과거 인기리에 방송됐던 이 프로그램들은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움짤'(움직이는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등을 담은 GiF 파일-기자 주) 등으로 화제가 됐다. 

KBS도 '스타의 숨은 인연 찾기'라는 소재로 큰 인기를 얻었던 <TV는 사랑을 싣고>를 최근 리부트 형식으로 다시 방영하기 시작했고, MBC는 <뉴논스톱>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의 후일담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내보냈다. KBS의 아카이브 자료를 재구성해 제작된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88/18>도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복고' 콘셉트의 콘텐츠가 젊은 이용자에게는 신선한 콘텐츠로, 최근 온라인에 활발하게 진입하고 있는 중장년층 이상의 이용자에게는 '추억'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KBS의 영상유산인 '아카이브'에서도 왕년의 인기 프로그램이 하나둘 빛을 보게 됐다. 

지난달 초 KBS는 유튜브에 '크큭티비'와 '어게인 가요톱텐' 채널을 개설했다. '크큭티비'는 <유머일번지> <웃음충전소> <개그콘서트> 등 KBS 코미디 프로그램의 클립 영상들을 모아둔 채널이다. '어게인 가요톱텐'에서는 1980~1990년대 가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KBS의 아카이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디지털서비스국의 한 관계자는 "KBS의 아카이브가 커다란 자산이자 보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함께 맞물리면서 2017년부터 본격적인 기획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디지털서비스국은 그동안 1980년대 후반부터 약 30년 동안 제작된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작업을 통해 디지털화된 영상 아카이브의 분량만 해도 총 55만 시간에 달한다. 

▲ '움짤' 서비스인 '테너'에 올라 있는 KBS <댄싱하이> 관련 '움짤' 들 ⓒ PD저널

KBS 아카이브를 활용해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만들어낸 사례는 영상 말고도 또 있다. KBS는 2018년 구글이 인수한 '움짤' 서비스 사이트인 '테너'와도 지난 9월 방영된 <댄싱하이>를 시작으로 업무 제휴 관계를 맺었다. KBS가 '움짤'로 제작할 만한 영상 아카이브를 제공하면, '테너'가 제작해 온라인에 서비스하는 형식이다.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움짤'을 통해 시청자에게 우리 콘텐츠를 친숙하게 느끼게 하자는 취지"라며 "앞으로 과거 TV 프로그램을 '움짤'로 만들어 다시 선보이거나, 프로그램 론칭 단계부터 '움짤'을 만들어 홍보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크큭티비' '어게인 가요톱텐' 채널은 온라인 전용 콘텐츠 제작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의 아카이브 자료를 새롭게 큐레이팅해 제공하거나, 당시의 콘텐츠를 현대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등의 아이템이 논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아카이브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 2월 정책발표회에서 아카이브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인사청문회에서도 "KBS의 방대한 영상·음향 아카이브를 시민 창작자에게 개방하고 그 결과물을 KBS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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