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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장애를 숨기며 살아가는 이수연, '공항'으로 은유하는 평범한 삶

▲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언제부턴가 방송에서 공항은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그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공항을 담게 된 건 여행 소재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 자체가 주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제 공항은 드라마의 중요한 공간으로도 등장한다. 물론 2007년 방영됐던 MBC<에어시티> 같은 드라마가 공항을 공간적 소재로 활용하긴 했지만 그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다. 2016년 방영된 KBS <공항 가는 길>이 그렇고 현재 방송 중인 SBS <여우각시별>이 그렇다.

<공항 가는 길>은 그 공항이 주는 설렘을 ‘관계의 일탈’로 풀어낸 바 있다. 우리가 흔히 공항으로 갈 때 느끼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주는 설렘. 하지만 그것은 궤도 바깥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하는 것이라서 동시에 불안감을 동반한다. 이런 설렘과 불안을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은유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뻔한 ‘불륜’의 틀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방영되고 있는 <여우각시별>이 공항을 은유하는 방식은 뭘까. 제목이 말하고 있듯 밤하늘에서 내려다본 공항의 모습이 ‘여우각시’ 별자리 형상을 닮았다는 의미에 담겨있듯이, 그 곳이 현실적인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라는 걸 드러낸다. 매일 같이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그 곳에서는 끊임없이 사건이 벌어지지만 또한 동화 같은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우각시별>이 진정으로 공항을 은유하는 방식은 이 드라마의 ‘특별한’ 인물인 이수연(이제훈)을 통해 읽어낼 수 있다. 이수연은 큰 사고를 당한 후, 오른쪽 팔과 다리를 모두 쓸 수 없는 1급 장애를 갖게 된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도 했지만, 한여름(채수빈)의 아버지 덕분에 살게 되고 미스터장(박혁권)이 연구한 웨어러블을 장착하게 되면서 장애를 넘어 괴력을 가진 존재로 거듭난다. 그래서 사고로 날아드는 자동차를 한 손으로 막아 한여름을 구해내기도 하고,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가 휘두르는 쇠몽둥이를 맨 손으로 막기도 한다.

웨어러블로 표징되는 장애와 괴력은 공항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날지 못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비행기와 공항. 그래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저 먼 곳까지 날아오르지만 때론 작은 오작동에 커다란 위험을 만들기도 한다. 이수연이 가진 웨어러블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타인은 물론이고 그걸 장착한 본인에게도 ‘위험한 발명’이 될 수 있듯이.

공항에 대한 이러한 은유로서 <여우각시별>을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색다름이 느껴진다. 즉 웨어러블을 장착한 ‘아이언맨’ 같은 슈퍼히어로의 이야기와 정반대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함’을 갖게 된 존재가 어떻게 그 다름을 타인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가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연은 그래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고, 장애를 숨기고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한여름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놓을 수밖에 없다. 웨어러블이 장착된 몸을 보여주며 “이런 나라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이수연에게 한여름은 자신도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존재”라고 말한다. 피해의식에 자의식 부족, 자기연민, 세상에 대한 투정과 변명, 관계불안증후군에 만성열등감까지 가진 사람이라며 오히려 “이런 내가 정말 괜찮겠어요?”라고 묻는다.

공항이라는 공간을 은유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문명이라는 것이 사실은 ‘장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그걸 넘어서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인간이 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그건 결국 ‘장애’를 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 모두가 가진 장애를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함으로써 장애를 넘기 위한 노력이 엄청난 힘을 갖기 위함이 아니라 보통을 지향하기 위함이라는 것. 그런 겸손이 <여우각시별>이 그려내는 공항이라는 공간에는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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