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 온기 가득한 시사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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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첫방 '특수학교 설립 현장' 찾아... 여성 MC들 공감대 높인 진행으로 시청자 관심 환기

▲ 지난 16일 방송된 KBS <거리의 만찬> 화면 갈무리.ⓒKBS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지난 16일 첫 방송된 KBS 1TV <거리의 만찬>이 작은 울림을 주고 있다. <거리의 만찬>은 지난 7월 파일럿으로 방영됐을 때 호평을 받은 시사 프로그램으로 4개월 만에 정규 편성됐다.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진행자 전원을 여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다양한 관점으로 이슈를 살피고, 그들이 처한 속사정까지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파일럿 방영 당시 MC들이 처음 찾아간 곳은 지난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이 있는 서울역 서부광장 앞 파란 천막이었다. 정규 편성된 <거리의 만찬>에서도 프로그램의 취지를 그대로 살려내 시청률 4.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는 등 향후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거리의 만찬>에서는 방송인 박미선, 김지윤 정치학 박사에 이어 방송인 김소영이 새롭게 합류했다. 강희중 CP는 지난 12일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수많은 남성 중심 프로그램이 아닌, 여성 중심의 이야기”라며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 대화를 한다는 것이 우리만의 또 다른 구도와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MC는 지난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공사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1년 폐교된 강서구 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었으나 국회의원이 한방병원 건립을 공약하면서 장애학생 부모와 주민 간에 첨예한 대립이 빚어졌다. MC들은 지난해 주민 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호소한 엄마들을 직접 만났다.

<거리의 만찬>은 우여곡절 끝에 최근 특수학교 공사가 시작됐지만, 특수학교를 짓기까지 험난했던 엄마들의 여정을 살피며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들여다봤다.

쟁점을 파헤치기보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쟁점을 둘러싼 시선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예컨대 “특수학교가 없다면 일반학교에 다니면 되지 않냐”라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김지윤 박사는 “사회 적응과 상호이해를 위해 만든 게 통합교육이지만, 한국에서는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데 불과하다”라고 답한다.

장애학생의 비율이 낮은 일반학교는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사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과, 장애학생이 여러 개의 사설 치료 교육을 따로 받느라 장애학생과 장애부모의 부담이 크다는 문제를 진단한 것이다.

제작진은 제도의 확충뿐 아니라 장애인과의 공존은 ‘우리의 몫’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생애주기에 따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으려고 해도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은여전하고, 장애인의 권리 찾기는 요원한 게 현실이다.

프로그램은 누구나 동등하게 받아야 할 교육권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박탈당하는 것만큼이나 장애인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감당해야 할 차별과 편견이 장애인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장애아를 둔 한 엄마가 “총 중에 가장 무서운 게 눈총”이라고 말한 것처럼, MC 김소영이 “(장애인 관련 문제를) 남의 일처럼 바라봤기 때문에 학교를 짓는 데 10년이나 걸리지 않았겠냐”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편한 현실은 외면하기 쉽지만, 불편한 현실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뀔 수도 있다. <거리의 만찬>은 ‘새롭지 않지만 현재진행형’인 사람들을 만나며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해고된 지 10년이 지난 KTX 승무원들에게, 편견 속에 살고 있는 장애인과 장애아의 부모에게 다시금 마이크를 건넨다.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추적한다면, <거리의 만찬>은 ‘관심’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공감형 시사 토크쇼’다. 내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느낄 수 있게끔 방향을 잡고 길을 나선 <거리의 만찬>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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