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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90일전이 되는 16일부터 PD는 선거관련 아이템에 대해서는 말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선거방송 심의규정의 독소적 조항이 PD들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0조 1항은 “선거일 90일전부터 보도, 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주로 PD들이 만드는 시사, 정보 프로그램은 총선과정에서 파생되는 각종 사회, 문화현상을 방송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버리고 말았다. 이는 PD저널리즘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시대역행적 처사에 불과하다. 그동안 PD들은 < PD수첩 > <추적60분> <그것이 알고 싶다> <한국사회를 말한다> <일요스페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등의 묵직한 시사고발, 시사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오면서 PD저널리즘을 수립해왔다. 특히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 PD수첩 >에서는 “정치철새,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라는 철새정치인에 관한 프로그램을 대선 전에 준비했지만, 바로 이 규정에 묶여 방송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뒤늦게 크리스마스 이브인 2002년 12월24일에야 방송을 낼 수가 있었다.올해도 < PD수첩 >은 신년기획 2부작 “문제는 지도층이다”를 내보내면서 정치개혁요구를 외면하고 기득권 사수에만 발버둥치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정치개혁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도 오는 16일부터는 출마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이 포함돼 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다 보니 이 시대의 화두인 깨끗한 정치, 정치 개혁도 동시에 PD의 눈앞에서 사라지게 되고 마는 셈이다.<아주 특별한 아침> <세상의 아침> <세븐데이즈> <아침마당> <생방송 화제집중>등의 시사정보프로그램 역시 ‘미디어 선거운동,’‘변화하는 선거운동 방식’ ‘여성 정치인 할당제’ 등의 정치 현안을 다루지 못하게 돼 그동안 호평을 받아왔던 교양정보 프로그램의 변신이 위태롭게 될 수도 있게 됐다. 실제 국내 최초 여성을 위한 시사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는 <아주 특별한 아침>에서는 지난 5일부터 ‘여성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년특집 5부작을 방송해오고 있는데, 그 중에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중요한 부분으로 돼 있다. 이러한 의미있는 실험 역시 16일부터는 기획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시사교양분야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 등의 예능프로그램나 라디오프로그램에도 해당된다.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하우스>의 ‘3자토론’이나 라디오 <라디오 3김 퀴즈> 등을 비롯한 풍자개그는 상당수의 경우 보도나 시사프로그램의 폭발력을 능가하고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크다. 미국에서 자유롭게 방송되고 있는 <제이 르노쇼>나 <데이비드 레터만>과 한 번 비교해보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비롯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보듯이 라디오 저널리즘 역시 막강하다.이상에서 보듯, 더 나은 사회를 위한 PD저널리즘은 보도 프로그램 못지 않게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왔고, 또 그에 따른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방송심의 위원회등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시각으로 PD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사전 족쇄를 물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이들의 눈에 PD는 음식, 여행, 음악등 비정치적 주제나 한가하게 만드는 존재에 불과한 듯이 보인다.결국 피해자는 PD들이고 시청자들이다. 즉, 방송위 규정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일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선거에 대해 깊이 있고도 충실한 정보를 전혀 접할 수 없으며 PD들은 소재선택의 제약으로 인한 저널리즘 후퇴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PD들 스스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인터넷 매체는 말할 것도 없고 선정성으로 늘 물의를 일으키는 스포츠지 조차도 청와대에 기자를 파견하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선거관련 보도를 하고 있는데, 등은 입을 다물어야 하다니.정녕 < PD수첩 > <추적60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스포츠지 보다도 못하다는 말인가? 박건식MBC 시사교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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