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로 신뢰 회복 나선 방송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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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로 신뢰 회복 나선 방송사들
조직 ·뉴스 개편 통해 일제히 인력 확충 ·심층 보도 강화... JTBC 독주 체제 깨뜨릴까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12.1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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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리포트 SBS'끝까지판다', MBC '바로간다', KBS'끈질긴K', JTBC'밀착카메라'ⓒSBS,MBC,KBS,JTBC

[PD저널=김혜인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YTN이 일제히 탐사보도를 앞세워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방송 장악으로 진통을 겪었던 방송사들이 조직 재정비를 마치고 보도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JTBC 독주 체제를 깨고 건강한 경쟁 구도를 다시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BS는 올해 삼성을 정조준한 탐사보도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뉴스 시간 절반을 할애해 삼성 경영 승계 의혹을 제기한 '삼성 에버랜드 공시지가' 보도를 시작으로 '삼성 차명 부동산 문제' 등을 집중 보도했다.

SBS 탐사보도팀이 추적한 삼성 경영 승계 의혹 보도와 사회적 파장이 컸던 '라돈침대' 보도는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라돈침대' 보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SBS는 최근 조직 개편에서 탐사보도부 인원을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이슈취재팀을 신설해 데일리 이슈 대응력을 높였다. 

과거 방송 장악 논란으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KBS, MBC, YTN도 주목할 만한 탐사 보도를 하나둘 내놓고 있다. 취약해진 내부 취재 역량을 협업 방식으로 보완하면서 보도 경쟁력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KBS는 내년 1월 1일부터 <뉴스7>과 <뉴스9>를 양대 저녁 종합뉴스로 재편하고, <뉴스9>에는 깊이 있는 뉴스 보도에 주력할 계획이다.  KBS는 11일 엄경철 기자를 <뉴스9> 앵커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KBS 대표 뉴스가 지향하는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앵커 후보로 그동안 주목을 받아왔다"며 "시청자들이 신뢰하고 보는 뉴스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부활한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5월 국회의원 해외 출장 실태를 다룬 연속 보도로 주목을 받았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공공기관 330곳의 국회의원 해외 출장 지원 내역을 전수조사하고, 출장결과 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MBC 탐사기획팀은 <뉴스타파>와 손잡고 가짜학술단체 실상과 '국회 정책개발비 실태를 폭로하는 탐사보도를 선보였다.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연속 보도는 11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정치팀이 기획하고 분석해 내놓은 결과물"이라며 "매일 출입처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소화하면서도 의미 있는 보도를 생산할 정도로 일선 기자들의 취재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MBC는 이와 함께 '바로 간다' '소수의견' '로드맨' 등 호흡이 긴 코너를 통해 현장감과 시청자 친화적인 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실시간 속보에 비중을 뒀던 보도전문채널 YTN도 최근 실시한 개편에서 깊이 있는 보도를 강조했다.

해직기자 출신인 노종면 기자가 진행을 맡은 <노종면의 더뉴스>는 3시간짜리 뉴스로 이해 당사자 인터뷰와 취재기자의 뉴스 해설, 토론 등으로 뉴스 심층성을 강화하는 코너를 배치했다.

실시간 속보 위주의 보도를 해온 YTN도 <뉴스타파>의 힘을 빌려 탐사보도 강화에 나섰다. 현덕수 YTN 보도국장은 “내부에서 탐사보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와 협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되살려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우상욱 SBS 뉴스혁신부장은 “SBS 8시 뉴스 시청률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조직 개편은 심층 보도를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취재 인력에 '탐사보도'까지 해야 하는 취재기자들은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지만 "신뢰 회복을 위해선 탐사보도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JTBC를 신뢰도 선호도 1위 언론사에 올린 결정적인 보도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보도였다. 성역 없는 취재, 진실에 다가가는 보도는 뉴스 소비 행태가 빠르게 변하는 언론 환경에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방증한 사례였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 MBC, YTN 모두 조직을 정비하고 취재의 ABC부터 세워나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 기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때가 된 것"이라며 "심층적인 보도로 방향을 제시한 건 더 이상 기계적 균형에 매몰된 1분 30초짜리 수박 겉핥기식 뉴스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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