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때리기' 보도에 발목 잡힌 친노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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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화된 노조' '노조 폭력성' 부각 보도 쏟아내는 보수언론..."노동존중 사회' 파탄내려는 의도"

▲ <조선일보> 14일자 3면.

[PD저널=이미나 기자] 보수언론의 노조 때리기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 입장을 대변해온 보수언론의 '반노조 정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를 비롯해 3면과 12면을 민주노총 산하 플랜트건설노조를 비판하는 보도로 채웠다. '법원 판결로 드러난 민노총의 실태'라는 주제로 플랜트건설노조가 집회 참석률로 직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게 요지다. 

권력화된 노조, 노조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보도는 올해 유달리 많았다. 

지난 11월 일어난 유성기업 폭행 사건의 경우, 지난 8년간 총 28건의 보도만을 내놨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사건이 일어난 22일부터 14일(오전 11시 기준)까지 총 67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도 잦았다. 지난 9월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박보영 전 대법관이 여수시 법원 판사로 부임하는 첫날 과거 판결에 항의하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밀려 넘어졌다'고 보도했다가 나중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지난 10월 16일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두고 보수 언론에서는 별다른 근거 없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 간부가 정규직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노조를 장악하려 통합진보당·좌파단체 출신을 기획 입사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간부의 아들이 특혜취업을 했다'고 보도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노조 간부와 공사 측 교섭위원 간의 충돌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도 아닌 데다 '기획 입사' 의혹도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 특혜취업 의혹도 민주노총 소속 간부가 아니라 다른 노조 소속 간부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서울교통공사 세습의혹으로 지금까지 총 3건의 정정·반론보도를 냈다.

전국택배연대와 유성기업 노조도 <조선일보>와 TV조선 등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연 전국택배연대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을 두고 "CCTV 화면을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조합원 모르게 발언을 불법 녹취한 뒤 입맛대로 편집하여 보도해 언론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 지난 11월 28일 TV조선의 <야, '통진당 출신이 교통공사 시위 주도'…기획입사 의혹도 제기> 관련 정정보도 화면 갈무리 ⓒ TV조선

보수언론의 보도는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권력형 비리'로 명명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하는 데 동원했고, 유성기업 폭행 사건에는 '조폭'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정권과 노동조합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올해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쏟아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보수 야당과 언론이 손을 잡고 노동친화적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내걸었던 '노동존중 사회'의 기조를 파탄내려는 흐름인 것 같다"며 "노동과 통일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는 통일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노동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노동정책 후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등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어려워졌다고 인정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부 여당 관계자의 입에서 민주노총과 선을 긋는 발언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를 흔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가 노동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차가 큰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불만과 불안을 부각함으로써 이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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