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간인 사찰 의혹’ 보도, 폭로자 확성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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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 앞두고 악재 만난 정부... 언론, 감정 대결 벗어나 권력 감시 역할 집중해야

▲ 김의겸 대변인이 지난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자신의 비위 혐의를 덮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을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하는 상황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오늘 법무부에 추가로 징계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청와대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놓고 언론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언론은 청와대 특감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을 바탕으로 집권 3년를 맞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첩보 보고서 목록을 공개한 자유한국당이 국정조사, 특검까지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민간인 사찰’을 성토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악재 중의 악재다. ‘자신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김 수사관의 증언과 물증이 토대가 되기 때문에 청와대의 부인만으로 쉽게 의혹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민간인 사찰 정보가 윗선 어디까지 보고됐으며 실제 지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서로 주장이 달라 판단이 쉽지 않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공격적으로 따져 묻고 여기에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한 담당비서관, 수석 등이 해명 혹은 반박을 하는 모습을 불편하게 볼 필요는 없다. 불과 2년 전보다 언론자유도 순위가 20여 계단 상승한 정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을 부르지도 못하고 기자회견에서 질문도 던지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 감시, 견제기능을 당시는 망각한 채 청와대 기자들은 긴 침묵에 빠져있었다. 민주주의 위기는 이런 때에 온다.

청와대와 언론의 대립, 그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은 언론에 부여된 고유 권한이다. 문제는 권력 감시와 비판은 보다 본질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은 형식보다 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앙일보>는 청와대 핵심관계자 말을 인용해 “왜 6급 수사관에게 대변인을 비롯해 민정수석·국민소통수석까지 나서 스스로 ‘급’이 맞지 않는 대치 전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 대변인은 자신의 소회를 밝히며 “‘저한테만 급이 맞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언론인 여러분들 다 같이 더 이상 급이 맞지 않는 일을 하지 맙시다”라고 했다.

‘급이 맞다, 안 맞다’는 지적과 대응은 감정적이고 형식 논리에 치우친 것이다. 상호 견제가 아닌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6급 수사관이더라도 그 주장이 중대하고 발언마다 대서특필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대변인이든 수석이든 나서서 대응하는 걸 굳이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언론은 청와대의 답변이 설득력이 있는지 근거 자료를 충분하게 제시하고 있는지에 주력하는 게 맞다.

문제는 언론 보도가 지나치게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민간인 사찰’ 의혹 보도를 보면 균형성을 잃고 김 수사관의 발언,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특히 김 전 수사관은 골프 향응, 셀프 승진, 지인 수사 개입 의혹 등으로 불명예 복귀 후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수사관이 직무 중 취득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며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의도도 의심스럽다.

권력은 감시받아야 하고 언론의 의혹 제기와 기자들과 청와대 참모들간의 공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감정 대립을 경계해야 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는 말아야 한다. 언론자유는 언론인 스스로 존중하고 절제할 때 지켜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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