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J’, 성역 없는 비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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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존재가치 보여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2019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 지난달 30일 열린 저널리즘 토크쇼 J 공개방송. ⓒKBS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2018년 언론계의 화두는 ‘공영방송 정상화’였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을 거치면서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이 크게 침해받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세계 180여개 국가의 언론 자유 현황을 발표하는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당시 2009년에는 69위, 박근혜 정권 당시 2016년에는 70위까지 내려앉았다.

공영방송의 언론 보도행태도 정부의 확성기 노릇을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영방송은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 ‘MBC 정상화위원회’ 등의 사내 기구를 만들어 불공정 보도를 조사하고, 부당 인사를 원상 복귀 조치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변화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엿볼 수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6월부터 방송 중인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정세진 아나운서, 정준희 교수, 팟캐스트 ‘매일매일 불금쇼’를 맡고 있는 최욱 등이 고정 패널로 나서고 있다. 패널들은 KBS 자사 보도뿐 아니라 매체별 이슈를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례적으로 ‘깨어난 시민 J’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700석 규모의 자리가 찰 정도로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이날 공개방송은 2018년 언론계 이슈 정리를 비롯해 저널리즘 강의, Q&A 등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돼 200분가량 진행됐다. 양승동 KBS 사장도 ‘J초대석’에 자리해 “공영방송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익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 따라 지상파를 넘어 온라인채널에서도 수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공영미디어로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개방송처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일방이 아닌 쌍방향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 기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본방송뿐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를 통해 ‘J 라이브’, 본방송을 골라보는 ‘J컷’, ‘J훅’, ‘비하인드 J’ 등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톤 앤 매너도 ‘보도’, ‘비평’을 무겁고 진지하게 다루기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고, 시청자의 참여까지 독려한다. 공영방송이 쉽게 택하지 않던 방식이다.

시청자들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늦은 편성시간대를 앞당겨달라는 댓글을 남기자 일명 ‘KBS 고위직 압박프로젝트’로 응수한다. 최욱은 “여러분이 KBS의 결정권자에게 연락해야 KBS가 움직인다”라며 시청자상담실 직통번호를 비롯해 KBS사장 비서실, 편성국장, 방송본부장 등의 메일주소를 공개했다. ‘KBS=공영방송’이라는 명제를 스스로 강조하기보다 대중에게 마이크를 넘겨 저변을 넓혀나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또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미디어비평이라고 해서 이에 국한되지 않고, ‘취재하는’ 전문성을 어김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9월 ‘주52시간제’로 인해 간장게장 골목상권이 죽어간다는 중앙일보의 기사가 논란이 됐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기자는 여러 상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전후사정을 취재했고, ‘대체로 경기가 나빠진 건 5~10년 전이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에 관해 물어보면서 화제가 됐다.

기자의 ‘취재’를 바탕으로 패널들과 토크를 벌이며, 저널리즘의 민낯을 파헤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방송 시작 5개월 만인 지난 10월 ‘이 달의 좋은 시사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각종 매체의 왜곡보도와 오보를 ‘팩트체크’하고 언론보도 이면의 숨겨진 현실을 고발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미디어 환경이 변한만큼 수용자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전하는 태도도 엄숙주의가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정 패널에게 ‘어머니는 강하다’, ‘촌철살인 천하무적’, ‘우주최강 노잼 사냥꾼’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동시에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비평에서도 중요한 건 ‘취재’라는 언론의 본령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KBS는 그간 시청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영역, 자칫하면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법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 2019년에도 ‘성역 없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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