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간 뉴스메이커들…예견된 '언론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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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간 뉴스메이커들…예견된 '언론 패싱'
"언론 못믿어" '유시민 알릴레오' 돌풍...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 '받아쓰기'한 기자들 무력감 토로
  • 박수선·김혜인 기자
  • 승인 2019.01.07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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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첫 방송이 올라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알릴레오

[PD저널=박수선·김혜인 기자] 유명 정치인들과 내부고발자까지 언론사를 패싱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언론이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쌍방향 소통을 무기로 한 유튜브는 전통적인 매개 역할을 했던 언론의 입지까지 넘볼 기세다. 뉴스메이커가 더 이상 언론에 의존하지 않은 시대에 언론은 묵직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 4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단숨에 조회수 200만을 넘기며 유튜브 인기 콘텐츠로 떠올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첫방송에서 언론이 비교 대상으로 올렸던 <TV홍카콜라>와 선을 그었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책과 행정, 배경 등의 정보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내비게이터 역할을 하겠다"며 '보수 유튜버'가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과 함께 한반도 정세를 토론하는 첫회 방송은 오히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 한겨레TV<파파이스>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꼼수다>와 <파파이스>는 지난 정부에서 김어준 씨의 팬덤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자양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돌풍에도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의식, 언론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댓글에는 '언론에 대한 절망이 알릴레오를 탄생시켰다'거나 "언론 보도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JTBC <썰전>의 이동희 CP는 “<알릴레오> 호응에는 유시민 작가 개인에 대한 집중도가 가장 커 보인다”라고 진단한 뒤 “방송사 입장에선 (유튜브의 등장으로) 토론프로그램뿐 아니라 전반적인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지난 29일 올라온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화면 ⓒ신재민유튜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신재민 기재부 전 사무관의 폭로도 언론계에 적지않은 충격을 안겼다.

내부고발자를 자처한 신 전 사무관은 언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유튜브를 활용했다. 신 전 사무관이 초반에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유튜브로만 'KT&G 사장 교체 개입' '적자국채 발행 의혹' 등의 내용을 공개해 언론은 '유튜브 받아쓰기' 경쟁을 벌였다.

한 주간지 기자는 "신 전 사무관이 대중과 직접 접촉하면서 언론은 상황 전달자로 전락했다"며 "기자들 사이에서 돌았던 ‘지라시’가 기사화되거나 자살 시도가 생중계 형식으로 기사화된 것도 언론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도권을 뺏긴 언론은 무력하거나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냈다. 폭로 내용을 검증하는 보도는 가뭄에 콩 나듯 보였고, 언론이 경쟁적으로 '퍼나르기'한 기사는 정쟁의 소재로 쓰였다.    

또 다른 기자는 “신재민 전 사무관과 직접 접촉을 못한 언론은 생중계하듯 유튜브 내용을 전하다가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적하자 뒤늦게 신재민의 주장을 검토하는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며 “사건과 이슈를 단순 전달하던 기자들의 역할이 끝났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이제는 기자들이 제보에만 의존해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언론의 현주소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메이저 저널리즘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라며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유튜브의 쌍방향 소통과 대중이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구조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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