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나 차려" 왜곡된 성역할 재생산하는 '관찰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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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그램 양성평등 실태조사, 예능 61.5% "여성 성적 대상화·고정된 역할 전파"

▲ 성역할 고정관념 사례 중 하나로 꼽힌 '가부장적 태도로 일관한' KBS2<살림하는 남자 시즌2>방송장면 ⓒKBS

[PD저널=김혜인 기자] 대세로 떠오른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추기거나 가부장적인 모습이 담긴 성차별적인 내용을 여과없이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각 방송사가 우후죽순으로 내놓고 있는 '가족 예능'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면서도 왜곡된 성역할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방송프로그램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성차별적인 내용이 빈번하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지난해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지상파, 종편 예능프로그램 39편을 살펴본 결과 예능 프로그램의 61.5%가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SBS<미운 우리 새끼>는 고정된 성역할을 언급하는 발언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 문제가 됐다. 싱글 남성 출연자가 칼질하는 장면을 보는 과정에서 여성 출연자가 “남자는 여자 없으면 안 돼, 애야, 아무것도 못해”라며 고정된 성역할을 반영한 발언을 내보냈다.  

▲ SBS<미운 우리 새끼>는 고정된 성역할을 언급하는 발언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 나온 프로그램으로 지적받았다. ⓒSBS

남성 출연자의 이상형을 묻는 과정에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여성 연예인 A와 B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 묻는 장면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대상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남자 스타들이 가정에서 살림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는 남편의 가부작정인 모습과 위계적인 서열관계가 두드러졌다. 

남자 진행자의 멘트를 여자 진행자가 칭찬하자 “어디서 건방지게 평가를 하고 있어”라며 여성 진행자의 말을 가로막거나, 분주히 매실청을 담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이제 끝났으면 밥 차려”라고 명령조로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는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구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 출연자가 빨래를 툭툭 던지는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상남자 향기’라는 자막을 넣고 다른 출연자들이 '상남자’라며 호응하는 모습이 양성평등에 부합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언론학자와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관찰 예능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과 없이 방영하면서 성역할 고정 관념이 등장하고 있다”, "재현이 단지 현실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콘셉트가 성차별적까지 합리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SBS<백년손님>의 경우 부부관계나 고부관계를 중심으로 아내‧며느리로서의 성역할을 한정해 조명하지 않고, 사위가 장인, 장모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조사 결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의 남성 편중 현상도 여전했다. 모니터 기간 동안 39개 예능 프로그램의 남성 출연자(608명, 62.7%)는 여성 출연자(362명, 37.3%)보다 1.7배가 많았다.

방송사별로는 <라디오스타> <선을 넘는 녀석들>을 방영한 MBC 예능 남성 출연자(75명)가 여성 출연자(26명)보다 2.9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KBS 2TV는 2.6배, JTBC는 2.4배, tvN은 2.1배 정도 많이 남성 출연자가 방송에 등장했다.

TV조선은 유일하게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보다 많았는데, 고부·부부 갈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의 비중이 큰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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