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헬조선’의 슬픈 지옥도
상태바
‘킹덤’, ‘헬조선’의 슬픈 지옥도
탐욕과 배고픔이 낳은 ‘좀비’, ‘국정농단 사태’ 풍자도 엿보여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1.29 17: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킹덤>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시그널>로 스타작가의 반열에 오른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뭉친 드라마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배포하는 작품이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좀비라는 소재 자체도 주목을 끌었다.

<킹덤> 시즌1의 시각적 충격은 컸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배경이지만, 조선시대의 좀비는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르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한복을 입은 좀비의 모습 자체도 그렇지만, 낮이면 대청마루 밑이나 산 속 바위 밑으로 기어들어가 죽은 듯 잠을 자는 좀비의 모습도 새롭다. 처음 좀비가 창궐하기 시작하는 동래 지휼현에서 좀비 떼들이 한 여인의 온 몸에 달라붙는 장면은 미학적인 느낌마저 준다.

대청마루 밑에 잠들어 있는 좀비 하나를 끌어내자 서로 엉키고 달라붙어 줄줄이 끌려 나오는 좀비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그 모습은 ‘춥고 배고픈’ 민초들의 형상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가 고파 누군가의 살을 물어뜯고, 너무 추워 서로에게 의지해 잠이 든 민초들의 모습 말이다.

<킹덤> 시즌1은 왕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왕을 진료한 의원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래 지휼현에 왔다가 역병의 실체를 보게 되고 호위무사인 무영과 함께 이 병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싸우는 이창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지다보니 1화를 보면 6화까지 이어볼 수밖에 없는 몰입감을 준다. 6화까지 보고나면 시즌1이 너무 짧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킹덤> 시즌1은 이 거대한 서사에 ‘조선 좀비의 탄생’이라고 부제를 붙여도 될 법한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조선 좀비 탄생 과정에 담긴 은유가 흥미롭다. <킹덤>은 죽은 왕을 살려내는 장면으로부터 이 역병의 시작을 알린다. 생사초로 왕을 살려내긴 했지만 왕은 곧 괴물이 되어 버린다. 왕이 죽인 의원의 제자를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지휼현 사람들에게 영신(김성규)이 사슴고기라며 먹이게 되면서 역병은 창궐하게 된다.

이 은유는 김은희 작가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 왕과 신하 같은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민초들의 배고픔이 만나 탄생하게 된 지옥도다. 그래서 <킹덤>의 좀비들은 공포의 대상이면서도 슬픈 느낌을 준다.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배고픔을 달래고 있지만, 탐관오리들은 연일 산해진미를 놓고 주연을 여는 조선에서, 좀비가 된 민초들이 탐관오리들을 공격하고 물어뜯는 장면은 심지어 통쾌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극은 과거를 가져와 현재를 말한다고 했던가. <킹덤>의 은유는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현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좀비가 된 왕은 어딘지 비선 실세가 농단하던 지난 정부를 떠올리게 하고, ‘허기’를 채울 길 없어 길거리로 나왔던 민초들을 생각나게 한다. 몇몇 기득권자들의 배를 채운 국정농단 사태는 민초들의 팍팍한 현실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오늘날 ‘헬조선’의 풍경은 좀비들이 창궐한 <킹덤>의 조선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김은희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촛불로 사회를 바꾼 것처럼 모두가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식주 문제를)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햄버거 하나라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히 가져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할 때의 박탈감과 허탈감을 생각해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달국이 2019-01-29 22:36:04
https://youtu.be/uGbOceoqRGo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