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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31 18:36
  • 수정 2019.02.15 11:29

"'스카이캐슬', 겉과 속 다른 인물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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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탁 PD "교육문제에 관심 없었지만, 대치동에서 대한민국 현실 목격"

[PD저널=이미나 기자] 1%대로 첫 회를 시작해 2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까지 시청률이 치솟은 JTBC <SKY 캐슬>은 '입시 공화국'으로까지 불리는 대한민국의 불편한 현실을 극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는 직접 아이의 대학 입시를 겪으며 '강압적으로 강요된 대학 입시의 과정 끝에 과연 무엇이 남을까'를 고민했던 유현미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평소 교육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조현탁 PD도 커다란 가방을 멘 어린 아이들이 한 손엔 끼니를 때우기 위한 신용카드를 들고 밤거리를 배회하는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관찰하며 문제의식을 키웠다.

▲ JTBC <스카이캐슬>의 조현탁 PD ⓒ JTBC

31일 만난 조 PD는 "자정이 넘었는데도 식당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고 또 어딘가로 공부하러 가는 모습을 분 단위로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SKY 캐슬>을 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현실인데, 그렇게 대한민국이 굴러가고 있더라"고 말했다.

조 PD는 <SKY 캐슬>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교육 문제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나름의 고충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와 드라마의 스토리가 맞아떨어지면서 드라마가 이렇게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악과 위선을 넘나드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낸 조현탁 PD의 연출도 시청자의 눈길을 붙드는 주요한 요소였다.

대부분의 연출은 미리 계획된 '작전'이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등장인물의 표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입을 연 조현탁 PD는 "이중 거울을 사용한다든지 갑자기 상이 두 개로 나뉘어 보인다든지, 손동작이나 뒷모습 등을 통해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현장에서 좋은 구상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죽은 잠자리가 등장하는 14회가 대표적이다. 조 PD는 "현장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기 위해 (현장에 도착하면) 꼼꼼히 둘러보는 편"이라며 "교실 복도에서 죽은 잠자리를 봤는데, 머릿속에 스토리가 있어서 그런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촬영감독에게 부탁해 찍어둔 장면"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착안한 아이디어는 시청자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며 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죽은 잠자리' 신의 경우에도 방송을 본 시청자 사이에서 '잠자리는 혼자 죽는 곤충이기 때문에 김혜나(김보라 분)도 자살한 것'이라거나 '유리창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죽어 말라버린 잠자리처럼 혜나도 스카이캐슬에서 겉돌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라는 등의 해석이 공감을 얻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는 부분도 있다.

아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낸 '돼지엄마'의 총기 자살로 시작해 출생의 비밀, 청부살인, 학력 사칭 등 소재 자체가 주는 자극이 '막장 드라마'를 연상하게 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조 PD는 "그렇게 생각하는 걸 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기는 거지 '막장' 그 자체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하려는 이야기를 잘 운반하기 위해 가져온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 JTBC <스카이캐슬> 스틸컷 모음 ⓒ JTBC

빼어난 연기력을 지닌 여성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들의 역할이 결국 '자녀 교육에 모든 걸 쏟아붓는 엄마'에 국한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나 청소년인 김혜나의 추락사 과정을 과도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엔 일부 동의했다.

조현탁 PD는 "(여성 인물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교육은 당연히 엄마로부터 비롯된다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혜나의 죽음에 대한 지적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월 1일 종영하는 <SKY 캐슬>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본이 유출되는 사고가 나는가 하면, 다양한 스포일러가 온라인에 떠돌기도 했다. 조현탁 PD는 "현장에서 배우 염정아나 김서형 씨에게 몇 가지를 들었는데 거의 틀린 스포일러"라며 "이렇게 틀린 스포일러가 디테일을 갖고 점점 덩치를 불리는 게 신기해 우리끼리도 촬영 때마다 (스포일러)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스포일러 때문에 결말이 좌지우지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의 인기로) 김주영(김서형 분)과 같은 입시 코디네이터를 찾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우리 교육 현실의 맨 얼굴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한 조 PD는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정보가 아니라 부모 자식의 관계라는 걸 마지막 회까지 보면 시청자들도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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