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시대 콘텐츠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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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WC,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늘리는 아마존과 한국 콘텐츠 시장

▲ 지난 2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전시회 MWC19(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관람객들이 KT 부스에 설치된 무인비행선, 드론기술이 융합된 재난안전 특화 플랫폼 '5G 스카이십' 체험을 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안수영 한국PD연합회장(MBC PD)]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열린 2019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이하 MWC)에 한국PD연합회(회장 안수영),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안형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이상규) 회장단이 공동 참석했다.

2019 MWC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5G였다. 참가사 중 중국 화웨이(Huawai))가 가장 돋보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차세대 무선통신장비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화웨이는 과감한 후원을 통해 MWC를 비슷한 성격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차별화했다.

참석자 전원에게 지급되는 입장패스 목걸이뿐만 아니라 행사장 배너광고, 대규모 전시부스, 궈핑 회장의 야심찬 키노트 연설까지, 올해만은 전통적인 모바일 강자 삼성도 화웨이에게 잠시 간판스타 자리를 양보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바일 제품에 있어서는 단연 삼성의 폴더블 액정 스마트폰이 화제였다. 삼성전자 조신형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화웨이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나, 삼성에서 액정을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삼성의 부품공급 일정이 나오지 않는 한) 화웨이 자체적으로 출시 날짜를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며 삼성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MWC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풍경이 있다면 소셜 브로드캐스터들의 활약을 꼽을 수 있겠다. 국가와 인종을 가릴 것 없이 스마트폰과 삼각대만으로 무장한 소셜 브로드캐스터들이 행사의 이모저모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송하고 있었다. 각국 방송사의 로고를 붙인 육중한 뉴스카메라와 마이크는 이들 게릴라부대와 비교하자니 장엄한 느낌마저 들었다. MWC 주 행사장인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전통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의 소리 없는 대결은 마치 모바일게임의 대규모 공성전을 방불케 했다.

종종 소셜 브로드캐스터들에 의해 체험형 전시 공간이 정체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줄서서 기다리는 아무도 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소셜 피드에 노출되는 것조차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서로 지나치는 소셜 브로드캐스터들이 상대에게 인사하며 겹치기 출연하는 것도 이 세계에선 일상적인 듯 했다. 이런 게릴라 방송쟁이들을 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었다.

첨단 기술의 향연 속에서도 그 미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시나 현장을 채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였다. LG의 VIP 투어 안내자가 짐짓 과장된 제스처로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저희 스마트폰에 띄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주세요!”라고 한 건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5G의 향상된 전송 속도와 응답 속도가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는 거창한 전망이 아니더라도, 기술과 이용자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일 테고 그 중심에는 뉴스,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의 콘텐츠가 있을 것이 확실하다. 다만 기술융합시대를 맞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고,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에 전통적인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자들의 운명이 달려있을 것이다.

▲ 바르셀로나에서 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열린

2019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전시장의 모습.ⓒ안수영 PD

AI, connectivity, digital trust 등 여덟 가지 주제로 열린 2019 MWC는 참가사 전시관 외에도 다양한 컨퍼런스가 이어지는 의견 교환의 장이기도 했다. 콘텐츠에 특화된 프로그램인 immersive content 주제 아래 아마존이 부문별로 마련한 발표 시리즈가 있었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디바이스 알렉사, 애플 아이튠즈의 대항마 아마존 뮤직 등도 관심을 끌었지만, 그중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이 집중된 내용은 아마존 비디오, 아마존 스튜디오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관한 부분이었다. 넷플릭스를 의식한 듯, 아마존 역시 2019년에 아마존 비디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집중해 대작들을 선보인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년 미국에서 성공리에 론칭한 아마존 오리지널 드라마 <잭 라이언 Jack Ryan>은 베스트셀러 작가 톰 클랜시의 냉전첩보물 시리즈 주인공으로 미드 <오피스>로 유명한 존 크래신스키가 잭 라이언 역을 맡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는 올란도 블룸 주연의 SF대체역사물 <카니발 로 Carnival Row>, 호러코미디 <굿 오멘 Good Omens> 등을 시작으로 <반지의 제왕> 드라마화까지 추진한다고 하니 아마존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온라인 도서 판매로 일어선 아마존답게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원작을 확보해 IP를 늘려나가는 전략으로 넷플릭스와는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발표자로 나선 아마존 스튜디오의 CMO 마이클 벤슨도 인정하듯,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 맞춤 제작방식을 일찍이 도입한 넷플릭스의 혁신성에 아마존이 도달할 때까지는 아마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질의응답 시간에 마이클 벤슨은 “쇼핑구매 관련한 빅데이터는 다수 확보하고 있으나, 비디오 스트리밍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장해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G 시대가 도래하면 모바일과 TV의 콘텐츠 이용환경 차이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고, 이용자들의 동영상 콘텐츠 소비는 파격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각국 통신사들과 제휴해 아마존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퓨즈의 마이클 우드워드 본부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역점을 둔 유통전략을 설명했다. “아마존 비디오가 서비스지역을 확대하는 등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존 물류망이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지역에서 비디오 서비스 가입과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같은 경우에도 아직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아 한국 카드의 결제도 막혀있는데, 만약 한국의 통신사와 협력을 맺게 된다면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우드워드는 “신규 가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의 독점성을 다소 잃는다고 해서 아마존에 불리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발표를 마쳤다. 아마존의 유통전략은 최근 성사된 지상파 3사 콘텐츠 플랫폼인 pooq와 통신사 SKT 옥수수의 합병을 떠올리게 했다. 역설적으로 콘텐츠 프로바이더와 통신사 플랫폼이 보다 효과적으로 협력 효과를 내려면, 콘텐츠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명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마존이 발표 내내 강조한 것은 이용자의 만족이었다. 이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동시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스토리와 캐릭터가 있다면, 오리지널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 가능하다는 아마존의 신념은 그대로 한국의 방송에 가져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취향이 분화되어도 시청자는 가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를 찾아 기술의 바다를 탐색한다. 시간 소비에 대한 만족이 해답이 될 것이다. 콘텐츠 이용자로서의 시청자에게 고유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5G 시대 방송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의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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