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룰 깨지는 안방극장, 각축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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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축소‧편성 개편 검토...tvN‧JTBC, 유연한 편성 전략으로 시청 패턴 반영

▲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MBC가 월화드라마와 주말드라마 폐지 수순을 밟는다. 드라마 편성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MBC가 어려운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진입하면서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뒤처지고, 과도한 제작비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상파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부분이 지속적인 시청률 부진을 겪어왔다.

이번 MBC의 선택은 비단 한 방송사의 변화로만 간주할 수 없다.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평일 밤 10시대’ 드라마 슬롯이 깨지면서 KBS, SBS를 비롯해 유연한 편성으로 입지를 굳혀온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BC 내부적으로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드라마 대체 프로그램을 탄력적으로 편성하면서 시청자의 반응 추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MBC는 월화드라마 <검법 남녀 시즌2>, <어차피 두 번 사는 인생>까지 방영한 후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월화드라마 방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후속으로 방영 예정인 월화드라마<검법 남녀 시즌2>는 기존 10시 편성에서 밤 9시로 1시간을 앞당기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토요일에 연속 2회 방영되는 주말드라마는 내년 2월까지 방영한 후 전격 폐지된다. MBC 관계자는 <PD저널>에 “월화 드라마의 경우 제작을 재개할지 금토드라마로 변경할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대폭 편성 변화를 꾀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드라마 왕국의 몰락’, ‘지상파 위기의 본격화’라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파가 손쉽게 광고를 ‘완판’하던 시절은 지났다. 방송시장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10년 전만 해도 안전적으로 광고 수익이 나던 시절이다. 하지만 2011년 종편채널의 출범과 케이블채널의 급성장으로 ‘완판 신화’는 옛말이 됐다.

지상파 광고 수익은 반토막이 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조사하는 방송사업자재산상황에 따르면 2017년 전체 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광고매출 비중은 2008년 68.4%에서 2017년 44.6%로 급감했다.

반면 PP의 비중은 27.4%에서 46.3%로 증가할 정도로 가속도가 붙었다. 이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비 투입에 허리띠를 졸라매자 인력 유출로 이어졌다. CJ ENM 및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지상파 출신 PD들을 대거 영입했다.

입지가 좁아진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2017년부터 비난 여론에도 ‘유사 중간광고’(PCM)를 도입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PCM은 60∼70분 편성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눠 중간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후발주자인 종편과 케이블채널은 급변하는 시청 패턴에 따라 유연한 편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tvN은 초기에 지상파 방송사의 10시 편성을 피해 11시대에 드라마를 방영했지만, 현재는 지상파보다 앞선 9시 30분 편성으로 맞붙고 있다. 또 2017년부터 ‘금토’에 방송되던 드라마는 ‘토일’로 편성을 옮겼다. 주1회 시즌제 드라마도 선보였다.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2> 현장포토.

JTBC는 최근 월화드라마(9시 30분), 금토드라마(11시)를 편성했다. <SKY 캐슬>이 기대 이상의 화제를 거두며 금토드라마는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그간 지상파 중심으로 공고했던 드라마 편성 시간대가 변화하며,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 편성도 움직이고 있다. SBS는 올해 처음으로 편성한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성공을 거두며, 금토드라마의 가능성을 엿봤다.

과연 MBC의 파격적인 행보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아직 ‘드라마 왕국의 몰락’이라고 예단하긴 이르다. 지속적인 광고 매출 부진과 종편‧케이블채널에 이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 기업까지 콘텐츠 제작 대열에 뛰어든 시장에서 현실적인 결단을 내린 것만큼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콘텐츠 운영 방식이 유효한 시대가 지났음을 인식하고 내린 선택은 기회가 될 수 있다.

MBC가 시시각각 변하는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자체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데 무게를 실을지, 지상파 플랫폼의 역할을 공고히 할지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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