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놓인 유튜브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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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놓인 유튜브 저널리즘
‘이념 양극화’ 조장 우려 속에 뉴스 보완재 넘어 대체재로 올라설까
  • 김찬중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강사
  • 승인 2019.05.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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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PD저널=김찬중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강사] ‘엄마가 낳고 유튜브가 키운다’는 말이 있다. 어린아이에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용자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있다. 실제로 한 모바일 시장조사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에 유튜브의 월 총 이용시간은 네이버나 카카오톡에 이어 3위였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2018년 조사에서는 월 257억분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유튜브를 통한 뉴스의 소비다. 지상파와 종편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보도한 뉴스를 유튜브를 통해 재방송할 뿐만 아니라, 서브 채널을 마련해 다양한 이용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한편에선 정당이나 유명 정치인들의 유튜브 콘텐츠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학계에서도 새롭게 떠오른 ‘유튜브 저널리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는 비교적 초기 단계이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조명을 받은 주제다.

먼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를 현상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가 논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저널리즘이란 뉴스를 취재 편집해서 미디어를 통해 보도, 논평, 해설 등을 하는 활동이며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관행과 원칙들을 포함한다. 객관성과 공정성, 사실과 의견의 분리 등 불편부당한 방식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저널리즘 원칙이 강조된다.

저널리즘의 정의에 정치 유튜브가 포함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 유튜브의 대다수가 사실의 보도보다는 특정 사안이나 이미 보도된 뉴스 등에 자신의 주관적 논평이나 의견을 덧붙여 방송한다. 취재 과정이 없고, 사실 전달보다는 편향된 의견 전달에 치중하는 정치 유튜브를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실과 의견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뉴스를 전통 미디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주관적 의견과 논평을 전달하는 경우도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유튜브를 통한 논평 활동이 기존 전통미디어가 저널리즘이라는 이름하에 수행해온 활동과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의 확대가 여론 환경에 미치는 변화도 관심사다. 바로 ‘이념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다. 이념의 양극화는 사회 집단들이 이념적으로 점점 더 멀어지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변화는 유튜브의 콘텐츠 배열 알고리즘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특정 정치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면, 유사한 (이념적) 성향의 콘텐츠를 담은 채널이 추천되며, 이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적 노출(자신의 이념적 성향과 일치하는 뉴스만을 소비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소위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히게 되고, 이념의 양극화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채널 수의 증가와 함께 이념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뉴스(opinionated news)에 대한 선택적 노출로 이념의 양극화가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영향을 어디까지 이어질까. 유튜브가 야기하는 뉴스 소비 채널의 변화가 기존 매체 환경을 완전히 대체하느냐,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냐는 질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 아직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 현상이 기존 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를 보완하는 수준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직까지는 기존의 저널리즘을 통한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 유지되면서, 유튜브는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고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는 정도다.

문제는 유튜브가 기존 미디어를 대신해 주요 뉴스 소비 채널로 떠올랐을 때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불과 몇 년 만에 포털사이트가 뉴스 소비의 주요 채널로 부상하는 변화를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포털사이트로 뉴스 소비 구조가 재편되었을 때 언론의 대응을 돌아본다면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당시 언론은 공익적 역할보다는 수익에 집착하는 민낯을 보여줬고, 그 결과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이고 속보성에 치중한 질 낮은 정보의 양산이었다. 유튜브라고 해서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언론은 유튜브에서 언론사들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언론사 채널도 유명 BJ의 개인방송보다 구독자 수가 적은 게 현실이다.

‘유튜브 저널리즘’을 뚜렷하게 규정짓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이론적 정립과는 별개로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 현상, 콘텐츠 소비 구조에 대한 변화를 직시할 필요는 있다. 당장은 여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저널리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들린다. 그러나 유튜브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여론 다양성 구현이라는 순기능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유튜브 저널리즘’의 향방은 결국 유튜브 이용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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