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자 부르타', 70분간 폭발하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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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정석 스탠딩 공연에 고정관념 깨는 화려한 퍼포먼스 압도적

▲ 오는 8월 4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푸에르자 부르타> 포스터 이미지.

[PD저널=정해주 불교방송 PD] 어릴 적 누군가 ‘이런 직업은 어때?‘라고 조심스레 추천할 때마다 나의 답변은 “어떻게 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몇 십 년을 살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상상 속 PD는 다른 어떤 직업과 달리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PD라는 이름을 달고 일을 하는 지금.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생방송과 녹음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매일 새로운 원고와 선곡으로 하루하루를 새롭게 꾸며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정한 루틴이 생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방송을 하다보면 왠지 일상이 반복된다는 느낌적인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꼭 묻게 되는 공통 질문이 생겼다.

"머 새롭고 재밌는 일 있을까요" 

한국PD연합회가 국내연수 차원에서 마련해 지난 17일 관람한 뮤지컬 <푸에르자 부르타>는 이런 물음에 대답 같은 공연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가슴을 울리는 음악은 물론 공연 내내 우와! 하게 만드는 각각의 에피소드, 공연장의 분위기에서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퉁퉁거리기만 하고 그저 만나는 사람에게서만 새로움과 재미를 구걸(?)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고정관념을 타파했던 몇 가지 포인트 중 하나는 비지정 스탠딩이라는 공연 형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탠딩 공연이라도 구역이 정해져있고 입장 순서가 있는데 이 공연은 완전 프리했다. 앞, 뒤, 양 옆, 천장, 중앙까지 무대가 펼쳐지기 때문에 온전히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관객이 수시로 움직여야 하는 것을 고려한 것 같았다. 주인공이 관객을 만나러 무대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관객이 무대를 따라 움직이니 ‘관객=주인공’이라는 기획의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포인트는 70분의 스탠딩 공연임에도 만 7세 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연을 본 당일에도 가족과 함께 온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열려있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곳저곳 누비며 소리를 질러도 거리낌 없는 공간이라서 가능했으리라.

또 어린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이지만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파격적이었다. 후텁지근한 공연장의 열기를 식히는 동시에 공연을 즐기기 위한 흥을 돋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일반적인 틀을 깨면서도 용인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공연을 변주한 <푸에르자 부르타>는 새로운 자극제였다. 공연은 70분 내내 점프하고 달리고, 부수고, 헤엄치고, 날아다니고, 빙글빙글 돌며 사람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다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 모두가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하늘을 날고 벽을 구름판 삼아 360도 회전하는 것처럼 상상 속에서만 할 수 있었던 액션뿐만 아니라 숨차게 달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부수는 액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렸다.

금요일은 주말 방송 프로그램 녹음과 편집으로 일주일 중 제일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라 약속시간을 잘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망설였지만, 보고 나니 백번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핑계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나 다른 방송사 PD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미뤄왔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다른 PD들도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국내연수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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