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아침 주부대상 토크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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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 포맷에 정체성도 부재

|contsmark0|수다스런 잡지책을 보는 것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kbs2의 「엄앵란, 이택림의 사랑방」과 mbc의 「10시! 임성훈입니다」, sbs의 「한선교의 좋은 아침」을 중심으로, 이번 <비평모임>의 주제인 아침 주부대상 토크프로그램들을 지켜보던중 안타깝게 스며든 의문이다.지금까지 우리 텔레비전 방송은 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그렇고, 연예인들끼리 잡담하며 웃고 즐기는 게임이나 쇼 또는 시청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사행심을 부추기던 경품타기 퀴즈 등 신경쓰이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프로그램들이 줄곧 이어져왔다. 이들은 질책이 쏟아질 때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어느 틈엔가 또다시 고개내밀길 되풀이하곤 했는데, 바로 그 정점에 아침 주부대상 프로그램들이 위치해 있다.지난 ’96년 봄철개편을 계기로 아침방송이 오전 10시에서 낮 12시까지 연장되었는데,(현재는 11시 종료) 당시 방송위원회는 이 시간대의 주요 시청층을 주부, 노인, 취학전 어린이, 자영업자 등으로 예상하면서 방송사들이 이들의 특성과 욕구를 과학적으로 분석,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였다. 물론 재방송이나 오락프로그램의 편성은 피할 것을 건의하였고, 방송사들 또한 주부들에게 유익한 정보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공언하기도 하였다.그러나 결과는? 이 시간대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자리잡고 있는 프로그램은 주부대상 토크쇼이다. 방송시간의 연장을 계기로 방송3사는 일제히 주부대상 토크프로그램을 아침 10시대에 경쟁적으로 편성하기 시작한 것이다.이들 프로그램을 곰곰이 지켜본 결과 <비평모임>에서는 주부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크게 문제제기하였다. 주부대상 토크쇼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토크이고 쇼인지 의문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들 프로그램에 반영된 주부들의 모습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가족들의 일상에 묻힌 존재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는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의 사생활밖에 없는 것처럼 몰고간다. 그들의 욕구 또한 ‘살림 잘하는’ 그리고 ‘애인같은’ 아내일 뿐이다. 살림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는 현모양처이면서 성적 매력이 풍부한, 항상 젊게 살아가는 애인같은 여자로 존재하길 요구하고 모두들 희망한다. 커리어우먼에 대한 욕구는 이미 접어둔 지 오래지만 애인같은 아내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러나 그 안에는 묘한 장치가 엿보인다. 주부들의 생활과 관심사를 그렇게 모델화하는, 물론 텔레비전의 마력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주부들을 기존의 남성중심적 가부장질서에 어떻게 하면 잘 적응시킬 것인가하는 의도가 프로그램으로부터 읽혀진다.물론 특정시청층을 의식한 프로그램의 제작이 한층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차라리 무작위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한결 편할 것이다. 거기에는 사회보편적인 이데올로기라든가 몇몇 집단의 주관을 반영했다라며 빠져나갈 방법이라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특정시청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그들 시청층의 존재조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정체성 그리고 미래적 상황까지 충분히 깊이있게 관여하고 반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다음으로 제작과정에 성의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토크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생활정보 프로그램과 약간 차별화하여 다양한 삶의 문제를 각계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지하게 풀어보고자 시도된 형식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그날의 출연진과 이야기 주제가 갖는 무게가 프로그램의 질을 결정짓는 요인인 셈이다.이들 세 프로그램의 출연진을 검토해본 결과 물론 연예인이 가장 많았다. 간혹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이 등장하기는 하였지만 kbs 2의 「엄앵란…」과 sbs의 「한선교…」는 완전히 연예인 중심의 신변잡기 토크라 할 수 있었다. 주제로 채택된 내용도 연예인을 중심으로 하여 그들의 가정생활, 결혼, 자녀교육, 식생활 등의 신변잡기에 대한 접근방식이었고, mbc의 「임성훈…」도 연예인 중심이되 ‘주부특공대’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청자의 참여를 부분적으로 열어놓고 있었다. 연예인 일색을 조금 비켜가는 대목이다.결론적으로 토크쇼 전반이 출연진의 섭외에 있어서도 그리 다변화를 엿볼 수 없었고, 순간적 캐스팅과 즉흥적이고 화제중심의 인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인물이 초대되는 기이한 현상을 연출하게 되고, 방송3사 모두 자사프로그램의 홍보용 출연진을 선호하고 있었다. 가끔씩 제한적으로 취급되는 ‘정보’의 내용이라는 것도 의식주에 국한된 내용으로, 방송이 기대하는 주부의 역할은 여전히 의식주가 전부인 것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부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가부장사회가 요구하는 주부상을 만들어내는 기제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진행자의 자질 또한 심각한 형편이었다. 이들은 그날 그날 진행자로서 풀어가야 할 메시지를 전혀 머리 속에 그리지 않고 있었다. 그저 부드럽게, 메시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날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뜰 수 있는가가 그들 고민의 전부였다. sbs의 한선교는 아나운서로서 나아가 전문mc로서의 자신의 역할과 본분은 어디다 묻어두고, 강남길이나 노사연 류의 연예인으로 역할을 설정하고 있었다.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결과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mbc의 임성훈은 전문mc로서의 교양성을 일정정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아침시간대 주부프로그램에 걸맞는 진행자의 패턴을 각 방송사가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라 할 것이다.그리고 이들 프로그램들이 출연진보다 진행자들의 토크에 더욱 비중이 실린 주객전도의 기이한 현상도 직시할 수 있었다. 아울러 각 프로그램들의 차별성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짚어졌다. mbc의 「임성훈…」이 포맷의 다양화와 사회참여욕구를 조금 채워준다면 다른 두 프로그램의 경우 동일프로그램이라 할만큼 비슷하였다. 주부들의 내재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가부장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몇몇 연예인들이 모여 잡담스레 떠들며 위로받는 똑같은 포맷과 천편일률적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었다.이렇게 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을 동시간대에 방송한다는 것은 시청자들로부터 프로그램 선택권을 애초에 빼앗아버리는 것과 다름아니다.
|contsmark1|잠시 이야기를 편성전반으로 돌리면, 이 시간대 시청층을 주부로 한정짓는 배경의 음험함이다. 주부 외에도 방송위원회가 발표한대로 노인, 취학전 어린이, 자영업자 등의 시청층이 존재하지만 방송사가 눈독들이는 시청층에 그들은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다. 소비심리를 아무리 자극해도 구매력이 없는 이들이 광고주의 욕구를 채워줄리 만무하고, 곧 방송사들은 주부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다.
|contsmark2|전반적으로 방송3사의 아침 주부대상 토크프로그램의 행태는 중복편성에 따른 전파낭비란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리고 여성프로그램으로서, 주부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던져주고 있었다.케이블tv의 여성전용채널이라는 gtv와 동아tv를 보면 주종이 패션쇼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데, 그 속에 내재된 이데올로기는 그 패션쇼에서 선보인 여성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라는 것과 다름아니다. 그것은 소비욕구와 성적상품으로서의 자기관리를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다. 그 속에 여성의 정체성이 살아숨쉰다고 자신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곧 여성프로그램이라 방송되는 이들의 모습이 여성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프로그램이라기 보다 지금의 상업주의적 체제에 여성들을 길들이는 장치로, 그러한 여성상을 배출하는 기제로 존재한다고 단언한다면 여전히 드센 여성으로서의 한풀이일까?변명을 하고 싶지만, 제작진을 위한 변명을 마무리에 몇마디라도 보태고 싶지만 그러나 아무리 변명의 여지를 찾아도 보이지 않는게 지금 아침 주부대상 토크프로그램이 아닌가 한다.
|contsmark3|pd연합회방송비평모임 대표집필 : 조정하|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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