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 MBC [뽀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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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 MBC [뽀뽀뽀]
사랑스런 나의 시청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사화경
  • 승인 1998.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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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내가 몸담고 있는 [뽀뽀뽀]가 방송 5천회를 맞았다. 5천회라고 하니 사람들 누구나 그 숫자에 놀라고 ‘5,000’이라는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어린이들과 함께 커왔고 18년째 계속되어온 유아교육프로그램의 대명사다. 초창기의 뽀미, 뽀명이, 뽀식이를 기억하고 무엇보다 그 주제가가 국민가요처럼 불리우는 프로그램. 이런 중요하고 역사깊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는 것에 5천회를 맞이하여 감사함을 느끼며 무엇보다도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프로그램에 발전에 힘써주신 선배 pd들게 고마움을 느낀다.[뽀뽀뽀]와 나와의 인연은 4년전 조연출을 맡으면서다. 매주 화요일이면 새벽에 끝나는 녹화와, 무지막지한 일주일치 대본책(?)을 읽는 것과 아이들과 씨름하는 게 힘들어 ‘내가 pd가 되면 [뽀뽀뽀]는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이후로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 막연한 관심과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게 된 것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것 같다.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일주일치를 하루에 찍는 녹화일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뽀뽀뽀]에만 매달려 있는 식구들이 워낙 많은데다가 모든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이 프로에는 셋트, 소품, 의상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pd들 사이에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라는 잇점(?) 있는 프로그램으로 얘기되지만 하루 20분짜리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노력과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ng도 유달리 많이 나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심결에 출연자들이 쓰는 속어와 사투리, 그리고 서로 놀리고 때리는 일은 삼가야 한다. 녹화중 pd가 가끔 놓치기라도 하면 스탭들이 “이건 얘들 프로에 나가면 안되는 거 아니예요?”라고 지적해주어 고치기도 한다. 출연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들 다루는 일도 보통일은 아닌데 대여섯살 아이들 중에는 녹화중 오줌을 싸는 일도 있고 하루종일 밤늦도록 녹화를 하니 녹화가 새벽까지 계속될 때에는 조는 아이들 깨우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또 가끔은 프로그램속에 시대물이 나오는데 의상, 소품 고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채로 나가 시청자들의 관심어린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그만큼 아이들 가진 부모나 사랑하는 아이들에겐 교과서처럼 되어 있는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문제다. 일단 어린이 프로라면 빛도 못보면서 힘든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되어 있어 그야말로 보람을 느끼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드문게 현실이다. 매일 나오는 시청률표의 한 귀퉁이에 박혀있는 [뽀뽀뽀]는 시청률의 수치만 놓고 한때는 존폐의 위기에 몰린 적도 있으니까,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하루 아침에 바뀌긴 힘든 것 같다.내가 [뽀뽀뽀]를 맡을 때쯤 아이가 비디오를 많이 보기 시작해 외국 어린이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보게 되었는데 나로서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처음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만드는 사람 입장으로 보니 얼마나 많은 연출과 준비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움인지, 또 최첨단 기술이 치밀하게 이용된 프로그램이 바로 어린이 프로그램이었다. 그후로 외국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자 회의가 있다든지, 페스티벌이 있다든지 하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외국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가끔 사람들에게 “애들 프로를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있냐”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소리없이 웃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속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7시 50분 [뽀뽀뽀]가 나갈 때 그 시간을 기다려가며 tv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 산간벽지에서 잘 나오지 않는 tv 안테나를 돌려가며 보는 아이들, 우리말 배운다고 부모님이 구해다준 [뽀뽀뽀] 비디오를 수없이 반복해가며 보는 교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꿈을 담아주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 함부로 만들 수가 없다고.’[뽀뽀뽀]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막연한 사명감 때문에 오늘도 난 a 스튜디오의 후끈거리는 열기를 부조 위에서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뽀뽀뽀]를 위해 수고해주는 사람들의 손길과 땀을 눈물나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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