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시평]고용없는 성장과 신용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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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3월 10일 재정경제부는 신용불량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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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대책에 배드뱅크(bad bank) 설립안을 새로 추가한 신용불량자 종합대책은 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개인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조장이라는 평가와 여론 속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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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04년 2월말 현재 등록된 신용불량자수는 367만2821명이며, 신용불량건수는 1709만5440건이라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즉 국민 13명 중 1명이, 경제활동인구 7명 중의 1명이 신용불량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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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연령대로 보면 30대가 117만명, 40대가 192만명을 차지한다. 그리고 등록 기관을 살펴보면 은행에 187만6849명, 카드사에 190만3723명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신용카드와 관련한 신용불량자는 카드론 연체자 117만7318명, 카드대금 연체자 225만359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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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월말 현재 37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는 국민의 정부 당시 경기부양책 기조와 카드사의 외형확장 경영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남발된 카드 발급이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은품까지 걸어 놓고 주부와 학생 가릴 것 없이 카드를 발급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도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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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재경부가 발표한 신용불량자종합대책을 살펴보면 5000만원이하의 채무자에게는 은행이나 배드뱅크를 이용해 기간 조정 등의 방법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신용불량자 기록을 삭제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1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단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채무변제 기간 중 연체를 할 경우 다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에 이 프로그램을 수행하려면 연체 없이 변제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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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의 채무액 때문에 채권추심기관으로부터 인격이 무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시달림을 받아왔던 소액채권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직면, 70%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비율, 심각한 청년실업, 사교육비의 증가, 물가상승 등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이번의 정부 대책으로 개인의 신용불량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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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변제의 핵심은 채무자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활동으로 지속적인 소득이 발생할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채무자들의 경제활동 조건에 대한 고려와 배려 없이 그들에게 채무변제의 기회를 주고, 신용불량자 딱지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정부의 소임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금융기관에서는 대상 신용불량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연계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채무자들이 얼마나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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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의 대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현재 등록된 신용불량자의 수치가 낮아지고, 원활한 변제가 이루어진다 치더라도 점점 심화되는 고용의 불안정 사회에서 신용불량자 발생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신용에 대해 연체유무만을 가지고 우량과 불량이라는 이분적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한 서민들은 항상 신용불량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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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안정성과 서민을 위한 금융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액의 이자를 물어가면서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의 악순환은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채무변제 의욕 자체를 상실시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하거나, 정부의 또 다른 구제책을 기대하며 두손 놓고 있게 되는 무기력한 삶을 반복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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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신용불량자의 발생원인이 경제활동의 중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환기한다면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접어든 지금 개인 채무자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은행과 정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개인채무자들의 입장에서 신용회복프로그램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량과 불량이라는 2가지의 잣대로 개인의 신용상태를 구분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처지와 조건에 적합한 신용회복프로그램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융기관의 문턱은 높다. 서민금융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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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사회적기업지원센터(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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