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 - 공포 미스테리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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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 - 공포 미스테리 프로그램
공포물, 그 억압된 시선의 회귀
소재찾기 급급, 뚜렷한 방향과 색깔 아쉬워
  • 승인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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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영원한 관심사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경이로운 눈길로 찾아 나서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탐구이기도 하지만 허무맹랑한 환상의 골짜기로 하염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소모적 흥미 추구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인간의 본능적 궁금증을 tv화면을 통해 재미있게 꾸민 프로그램들이 이번 비평모임의 대상 프로그램이었다.우선 ‘공포물’, ‘괴기물’, ‘미스테리물’ 등 어떤 유형의 프로그램으로 규정할 것인가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을 훑어보면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특정 장르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다양한(?) 내용이 잡다하게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각종 귀신을 집중적으로 등장시켜 아예 귀신 열풍을 일으켰던 때도 있었고 시청자들이 겪은 비현실적 경험들을 모아 극적으로 꾸민 경우도 있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고 있지만 실제 화면이 있을 수 없는 소재의 특성상 대부분 재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드라마나 다름없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렇듯 방영된 프로그램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우리는 이를 공포 미스테리 프로그램이라 부르기로 했다. 시청자들에게 불가사의한 세계를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꾸민 프로그램이란 규정인 셈이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의 성격을 정확하게 나타낸 포현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는 주장도 있었다.먼저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주간물로서 1백회(mbc의 경우) 가까이 계속 방송될 정도로 고정적 편성이 가능한 이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특수하거나 불가사의한 이야기들을 시청자의 경험이란 이름으로 영상화할 때 이를 즐겨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심리가 무엇이냐에 대한 물음인 셈이었다. 물론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권태에서 비롯되었다는 일반적인 진단을 비롯하여 그저 남의 이야기를 엿보기 좋아하는 기본 생리일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논의는 사회적 억압에 대한 분출기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른바 귀신 이야기들이 주로 억압이 심화된 곳으로부터 비롯될 뿐 아니라 억압의 종류에 따라 귀신의 양태와 이야기 줄거리도 전개된다는 것이다. 최근 ‘여고괴담‘류의 영화나 이야기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바로 이런 분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전쟁’이 시대적 공포의 대상이던 때에서 ‘정치’적 억압의 문제로 그리고 최근에는 ‘가족’의 문제로 억압의 에너르기들이 몰려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최근 공포 미스테리물이 주로 가족을 둘러싼 소재로 집중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었다.이런 논의과정에서 우리는 그렇다면 공포 미스테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제작진들은 과연 이런 논의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가 궁금해졌다. 공포 미스테리 프로그램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어떤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인 셈이었다.그동안 방영된 프로그램을 보면 일관된 제작진의 입장이란 게 보이지 않는다. 모임 첫머리에 대상 프로그램에 대한 이름 붙이기가 어려웠던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매주 소재 찾기에 급급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뚜렷한 방향과 색깔이 없다. 식상하기 이를 데 없는 해외 괴기소설이나 만화의 소재를 재탕하는 게 아는가 하는 의심이 갈 정도로 새로울 것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귀신이야기와 소재를 바탕으로 대만, 일본의 사례를 늘어놓는 [토요미스테리 극장]은 차라리 안타까울 지경이었다.우리가 방송을 통해 비현실적 이야기나 경험을 다루는데는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라도 설명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과학적으로 이를 입증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프로그램이던가 아니면 아예 입중할 수 없는 허구의 세계로 현실과는 전혀 유리된 세계로 그리던가를 결정해야 한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다가 재연기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건강한 정신세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고정편성해서 매주 서너 종류의 귀신을 만나게 하거나 허무맹랑한 미스테리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아울러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 자체는 나쁠 게 없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소재 발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최근 재미도 없고 식상한 소재들로 프로그램이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기된 대안이었다. 정작 공포 미스테리 프로그램으로 규정할만한 ‘공포’도 ‘미스테리’도 찾아보기 힘들 게 되었다는 평가였다.끝으로 귀신이든, 비현실이든 방송의 소재로 삼은 이상 그것이 결국 인간의 실존문제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상실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사후의 세계나 귀신의 존재 또는 각종 불가사의한 경험들은 일시적 흥미 끌기의 소재로 삼아 공포나 호기심 유발 도구로 가볍게 흘려보내기엔 너무나 무겁고 중요한 주제들이기 때문이다.과학적 탐구든, 허구세계 엿보기든 하나를 선택해서 일관성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야 한다.pd연합회보 비평모임정리: 김기태(서강대 방송아카데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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