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첫보도한 우에무라 기자 "韓 언론민주화 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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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왜곡과 싸운 우에무라 기자, "한국 위안부 전문기자 없어"
"한일관계, 언론인 상호 이해 중요"...2017년부터 '예비 언론인 한일 교류' 추진

18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공동주최한 ‘역사 왜곡에 맞서 싸운 일본 언론인 우에무라 기자에게 듣는다'에 참석한 우에무라 다카시 현 '주간 금요일'사장 ⓒ PD저널
18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공동주최한 ‘역사 왜곡에 맞서 싸운 일본 언론인 우에무라 기자에게 듣는다'에 참석한 우에무라 다카시 현 '주간 금요일'사장 ⓒ PD저널

[PD저널=김혜인 기자] “위안부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피해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전문기자가 없다. 시간이 지나도 (일본인인) 제가 계속 회자되는 건 잘못된 것 같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정부 발표대로만 기사를 쓰는 것이다.”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학순 할머니를 처음 세상에 알린 우에무라 다카시(61) 전 <아사히신문>기자가 한국의 언론인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지난 18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공동주최한 <‘역사 왜곡에 맞서 싸운 일본 언론인’ 우에무라 기자에게 듣는다> 강연에서 그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도한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한국 언론보다 먼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정신대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다.

우에무라 기자는 “정대협이 정신대를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녹음파일을 받아 정부가 조사를 시작했다는 1보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보도 사흘 뒤 김학순 할머니는 ‘속아서 위안부에 끌려갔다’는 공개 증언에 나섰다.

우에무라 기자가 처음으로 알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 우익 세력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2014년 니시오카 쓰토무 전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는 일본 극우잡지 <주간문춘>에 기고한 글에서 우에무라 기자의 위안부 피해자 증언 보도가 “날조 기사”라고 주장했다. 정신대와 위안부를 혼용해서 썼다는 게 날조의 근거였다. 

우익 세력의 공격을 받은 그는 당시 내정되어있던 대학교의 교수 임용이 취소됐고, 딸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위안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썼을 뿐인데 딸을 죽인다고 협박하던 이해할 수 없는 시기”라면서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기억은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해 싸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신대와 위안부를 혼용해서 쓴 매체의 기사들을 직접 찾으면서 '날조' 주장에 대응했다. 잘못된 보도를 정정했고, 딸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과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그를 ‘날조 기자’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니시오카 교수 등과는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역사 왜곡 논란을 지켜본 우에무라 기자는 "거대한 적과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중학교 교과서에서는 위안부에 대한 기록이 사라지고, 대학교에서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고 이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오는 분위기라고 그는 전했다. 

일본의 언론 자유 지수도 추락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 지수에서 일본은 2010년 11위에서 아베 2차 집권 이후에는 67위(2018년)까지 떨어졌다.

그는 한일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 일본은 정치를 바꾸고, 정치가를 바꿔야 한다"며 "역사를 배우고, 역사를 직시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시민의 역할도 강조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예비 언론인 한일 교류의 장도 직접 만들었다. 그는 한국가톨릭대학 초빙교수와 일본 <주간 금요일> 발행인으로 있으면서 2017년부터 '언론인 한일 학생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에 '김대중은 무죄'라는 칼럼을 쓸 정도로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의 언론 민주화의 역사를 일본의 젊은 세대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올가을 광화문에 저널리즘학원을 만들 예정"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운 원로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한일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양국에 전파하면 동아시아 지역의 재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이 상호 이해와 교류를 하지 않으면 (외교·국제보도에서) 나쁜 기사를 쓰게 된다"며 "인권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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