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커진 CJ ENM, 규제 '무풍지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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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머스' 전략 강화...간접광고 넘는 상품 판매에도 제재 장치 없어
방송광고 매출 지상파 앞질러..."'방발기금' 등 사회적 책무 부과해야"

지난 3월 방송된 tvN '스페인 하숙'의 한 장면 ⓒ CJ ENM
지난 3월 방송된 tvN '스페인 하숙'의 한 장면 ⓒ CJ ENM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해 CJ 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출범한 CJ ENM이 단순 간접광고를 넘어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방송 채널과 쇼핑 채널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CJ ENM가 이제 공적 책무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디어 커머스'는 프로그램 기획단계부터 방송에 노출되는 제품을 염두에 두고 구성을 하는 상품 판매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tvN <스페인 하숙>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에게 한식을 제공한다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에는 CJ오쇼핑의 식기브랜드 '오덴세'가 주요하게 등장했다.

CJ ENM에 따르면 <스페인 하숙> 제작진은 '오덴세'의 신상품을 판매 두 달 전 미리 받아 스페인 현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스페인 하숙>이 첫 방송된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말까지의 매출은 방송 전 같은 기간보다 7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증가율은 92%로 집계됐다.

올초 방송된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주인공 이종석은 방송 전 셀렙샵의 자체 패션 브랜드 '씨이앤'의 모델로 발탁돼 극중에서 해당 브랜드의 옷들을 입었다. 당시 CJ ENM은 "드라마 대본이 완성되기 전부터 드라마 분위기와 배우 역할에 맞춰 씨이앤의 옷을 기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온-오프라인 연계 쇼핑 서비스인 '올리브마켓'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올리브마켓'을 통해 미리 선정된 브랜드와 제품을 CJ오쇼핑이 판매하고, '올리브' 채널에서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상품이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품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차지하는 격이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CJ ENM의 '미디어 커머스'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오덴세' 찻잔이 등장한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조치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CJ ENM의 '미디어 커머스'는 다른 방송사업자들의 연계편성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인데, 규제의 비대칭성은 시정될 기미가 없다"며 "영화 부문에서 CJ ENM이 제작부터 배급, 유통까지 장악한 것처럼 CJ ENM이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제품도 홍보하고, 나아가 유통까지 도맡으면서 방송시장을 장악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방송광고시장에서 CJ ENM의 영향력은 이제 지상파를 뛰어넘을 정도로 막강하다. 방통위가 27일 발표한 '2018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자료집에 따르면 CJ ENM의 2018년 광고매출은 4110억 원으로 지상파 3사(KBS 3328억 원, MBC 2736억 원, SBS 3590억 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CJ ENM 계열 채널은 신고‧등록사업자인 채널사용사업자(PP)로 분류돼 방통위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지 않는다. 지상파와 종편이 받고 있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나 외주제작 의무편성 등의 의무도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제재 역시 과징금 부과가 아닌 이상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지 않는 CJ ENM에는 큰 타격은 아니다. 

방송광고 법령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를 물게 된 경우도 빈번하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광고시간 위반, 간접광고‧가상광고 위반 등으로 CJ E&M 계열 채널이 받은 과태료 부과 건수가 총 102건으로 방송사업자 중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방송광고 관련 법령 위반 횟수가 총 389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략 네 번에 한 번 꼴로 CJ E&M 계열 채널에 제재가 가해진 셈이지만, 간접광고 상품을 위해 방송의 일화를 구성하는 이른바 '기획 PPL'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3월에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광고를 방불케하는 간접광고를 했다가 방심위로부터 중징계인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받기도 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방송광고 관련 법령을 어겨 과태료를 받는다 해도 광고효과가 더 클 텐데 (과태료 부과가) 효과가 있겠느냐"며 "CJ ENM이 이제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더 배려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CJ ENM이 갖는 시장지배력과 영향력에 따른 공적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관심은 크지 않다. 

지난 2017년 5월 최명길 전 국회의원은 CJ ENM에도 시청자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이 법안은 2년 가까이 상임위원회인 과방위에 계류돼 있다. 방통위도 올해 들어 협찬을 법제화하는 등 광고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CJ ENM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지난 2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 방통위원장이 대형PP 사업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지난 2017년 10월 국감 때도 CJ 임원이 의사가 있다고 답한 적이 있다"며 CJ ENM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질문을 받고 이효성 위원장은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가 "PP와 홈쇼핑, 다채널 유료방송은 저희 소관이 아니고 과기정통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다.

한석현 서울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종편과 홈쇼핑 채널의 연계편성 문제처럼 CJ오쇼핑과 합병한 CJ ENM 또한 간접광고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면서 연계편성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이를 현행법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방송제작의 자율성이 중요한 만큼 방송사업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규제 방안이나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계속해서 시청자 불편이 가중된다면 법적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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