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 뻗친 SBS, 김성준 흔적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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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수리에 '시사전망대' 폐지 일사천리...내부 당혹감 역력
'8뉴스' "구성원 불미스러운 일 연루, 깊은 유감" 보도

 

[PD저널=김혜인 기자] 8일 김성준 전 SBS 앵커가 '불법촬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SBS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BS는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언론인이 김성준 논설위원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곧바로 사직서를 수리하고 '김성준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김성준 논설위원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성준 논설위원은 지난 3일 밤 11시 55분께 서울 영등포구청역 안에서 한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사직서를 수리한 SBS는 김성준 논설위원이 진행하던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폐지도 일사천리로 결정했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는 지난 4일부터 진행자의 '개인적인 사정'이라며 이재익 PD가 대타로 진행하고 있었다.    

SBS 관계자는 "<시사전망대>를 폐지하고 7월 한 달 간 임시 프로그램을 편성한 뒤 9월부터 정규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BS 내부 분위기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SBS 간판 앵커로 보도본부장까지 지낸 김성준 논설위원의 범죄 혐의에 구성원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SBS 한 기자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일개 구성원도 아닌 보도본부장과 간판 앵커를 했던 사람이 성범죄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는 게 용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메인뉴스에서 김성준 논설위원 관련 보도를 할 것인지를 놓고 내부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 개인의 문제에 SBS가 사과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보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8뉴스>는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의 사표를 오늘(8일) 수리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다. 

SBS와 직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김성준 논설위원에 대한 인사 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직서를 수리한 결정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8일 낸 성명에서 “이번 불법촬영 사건은 김성준 개인의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사직서 수리 정도로 끝내선 안 된다는 것은 SBS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내 징계위원회를 열어 성범죄자를 공동체 내에서 제대로 처벌하고, 전 직원 대상으로 젠더감수성 제고를 위한 반성폭력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 다음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언론’이 무엇인지, 언론인과 언론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SBS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 또 다른 기자는 “해고를 해야 하는 사안인데 기사가 나오자마자 사표를 처리한 건 일종의 예우를 한 것이라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성준 논설위원은 지난 8일 오후 일부 취재진에게 “이번 일로 실망에 빠지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미 전 직장이 된 SBS에 누를 끼치게 된데 대해서도 조직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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