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정치드라마, 실감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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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진 정치드라마, 실감나네
tvN '60일, 지정생존자' ·JTBC '보좌관' 영웅 서시 아닌 처절한 정치현실 그려내 몰입감 높여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7.16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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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tvN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정치라고 하면 “신물 난다”는 대중들 앞에서 정치드라마를 시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정치드라마를 표방한 <대물>이나 <프레지던트>, <어셈블리> 같은 작품에선 인물의 성공담을 통한 판타지를 주요하게 담았다. 현실 정치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바르고 선한 인물의 성공을 통해 일종의 서민 판타지를 담아내려 했던 것. 그게 아니면 정치 드라마는 사실상 승산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60일, 지정생존자>나 시즌1을 종영한 JTBC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을 보면 정치드라마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거기에는 적당한 성공담도 없고, 영웅 서사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 내내 분량을 차지하는 건 실패담이다. 

원작인 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에서 ‘60일’을 추가한 <60일, 지정생존자>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게 돋보인다. 원작대로 대통령 부재 시 그 자리를 채우는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대통령 권한 승계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 유고 시에 승계서열에 따라 각료가 새 대통령이 되고 그를 지정생존자라 부르지만, 우리는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또 미국은 권한을 승계받은 각료가 후임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하지만 우리는 60일 간의 권한대행을 맡고 그 후에는 새롭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권한대행을 얼떨결에 맡게 된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은 대통령직 자체가 잘 어울리지 않고 권력의지가 없는 과학자의 면모를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게다가 남북이 대치하는 한반도 상황을 살려 각색하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한 정서도 가미해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드라마는 박무진이라는 인물이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서라도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정치라는 걸 점차 깨닫는 과정을 그려가고 있다. 어설픈 정치 영웅담이나 성공담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정치의 실제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런 실패담에 대한 솔직한 접근은 정치 자체를 신물 난다고 생각해온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시즌1을 종료하고 오는 11월 시즌2를 방송하는 JTBC '보좌관' ⓒJTBC
지난 13일 시즌1을 종료하고 오는 11월 시즌2를 방송하는 JTBC '보좌관' ⓒJTBC

하반기 시즌 2가 방송 예정인 <보좌관>은 현실 정치의 이야기를 더 깊숙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정치인의 뒤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보좌관들의 관점으로 접근한 이 드라마는 주인공 장태준(이정재)에 몰입을 하게 만든 후, 본격적인 정치의 세계를 그려나갔다.

오는 11월 돌아올 시즌2에서는 금뱃지를 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장태준의 행보와 함께 좀더 정치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선 시즌1은 시쳇말로 ‘고구마’라고 부를 법한 주인공들의 처절한 실패담으로 채워졌다.

같은 뜻을 품었던 이성민(정진영) 의원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힘을 갖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장태준이 적폐로 지목됐던 송희섭(김갑수) 의원에게 무릎을 꿇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던 것. 결국 그가 정치인이 되어 이성민 의원의 뜻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송희섭 의원이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시즌2에 대한 중요한 기대감을 만드는 포인트다. 

이제 대중들은 어설픈 판타지를 믿지 않게 됐다.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 장르물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담은 장르물은 현실감이 느껴지는 처절한 상황들을 포착해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것이 고구마만 가득한 실패담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투영된 팍팍하고 처절한 현실을 보면서 몰입하고, 위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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