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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2 09:25
  • 수정 2019.08.07 17:48

지역 한계 뛰어넘은 '골든마이크'...트로트 부흥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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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방 9개사 공동기획 '골든마이크' 선전...임혁규 KNN PD "전통적 본방사수 개념 유튜브로 구현"
"기획부터 제작까지 지역방송 협업 확장이 목표"

KNN '골든마이크'의 한 장면 ⓒ KNN
KNN '골든마이크'의 한 장면 ⓒ KNN

[PD저널=이미나 기자] 트로트는 오랫동안 지역방송사들로부터 사랑받는 소재였다. 한 편에서는 '한 물 갔다'며 소외된 장르 취급을 받았지만, 지역방송사들이 돌아가며 제작하는 <전국 톱10 가요쇼>는 전국의 트로트 팬들을 겨냥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으로 무려 15년 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부산·경남 기반의 방송사 KNN이 제작하는 <K트롯 서바이벌 골든마이크>(이하 <골든마이크>)의 인기가 낯설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선발하는 <골든마이크>의 시청률은 지난 5일 첫 방송 6.1%(닐슨코리아 부산·경남 가구 기준)로 출발한 데 이어 19일 3회에선 9.1%까지 오르며 ‘대박’을 쳤다.

시청률로만 잴 수 없는 의미 또한 갖췄다. 공동기획으로 이름을 올린 9개 지역 방송사는 KNN의 편성 시간인 금요일 오후 8시 55분을 전후해 <골든마이크>를 함께 방영하기로 합의했다. KNN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실시간으로 <골든마이크>를 볼 수 있다. 지역방송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임혁규 KNN PD는 <골든마이크>의 기원을 자신이 지난 2015년 <전국 톱10 가요쇼>를 연출하며 만든 신인 가수 소개 코너 '흥신소'에서 찾는다. 인기 있는 가수를 섭외하는 것도 방송사의 역할이지만,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뜻은 '흥신소'를 거쳐 <골든마이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 PD는 통화에서 "공동제작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업적 가능성도 보여줘야 한다"며 "방송이 잘 돼 앞으로 <골든마이크> 시즌 2를 제작한다면, 기획 단계부터 더 발전된 공동제작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혁규 PD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KNN '골든마이크'의 한 장면 ⓒ KNN
KNN '골든마이크'의 한 장면 ⓒ KNN

<골든마이크>는 어떻게 탄생한 프로그램인가.

KNN은 개국 초기부터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트로트는 부산·경남에서 터져야 전국적으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트로트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지역이다. 9년여 간 관련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많은 가수들을 접했는데, 좋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늘 안타깝더라.

이런 고민 끝에 지난 가을부터 <골든마이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트로트에 대한 지역 시청자들의 선호도는 이미 그동안 제작한 프로그램들에서 확인했다. 중앙에선 트로트를 하위 장르, 올드한 타깃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거다. 틈새시장에서 트로트가 지역방송과 맞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쟁쟁한 시간대라고 불리는 금요일 오후 8시 55분에 자체제작 프로그램인 <골든마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원래 이 시간대는 SBS에서 <궁금한 이야기 Y>가 방영되는 때다.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이라 <궁금한 이야기 Y> 대신 <골든마이크>가 들어가는 데 많이 부담이 된 게 사실이다. 시청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강했다.

유튜브를 통해 본 방송을 라이브로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의 유튜브 콘텐츠 소비와 유통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트로트의 경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60분 듣기'나 '100분 듣기' 같은 콘텐츠가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 단순한 클립 형태뿐만이 아닌, 긴 길이의 콘텐츠도 잘 소비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TV의 전통적인 '본방사수' 개념을 유튜브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우리가 갖고 있는 송출 범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유튜브밖에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유튜브에 라이브 방송을 올리면, 권역을 탈피해 전 세계적으로 우리 콘텐츠를 뿌릴 수 있지 않겠나. 애초 목표는 1천 명 정도였다. 보통 10만 구독자를 갖고 있는 유튜버가 방송하면 그 정도가 참여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골든마이크> 3회 라이브 참여자가 5800명 정도였다. KNN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1만 6천 명인 것을 생각하면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유튜브를 통한 참여도도 높은 편이고, TV 시청률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인기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앞서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인기몰이를 했던 만큼 그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골든마이크> 인기의 80% 이상은 출연자들이 견인하고 있다. 좋은 자질을 가진 낯선 가수들이,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민다면 소위 말하는 ‘악마의 편집’이나 복잡한 예능식 구성없이도, 시청자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무대 중심으로 가겠다'고 공언했다. 반복 편집이나 플래시 백 등은 지루하지 않을 정도는 필요하지만 과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심사위원의 리액션도 되도록 간주 구간에만 잠깐 넣으려고 한다. 무대에서 출연자가 노래하는 걸 방해하지 않겠다는 거다. 작은 부분이지만 출연자가 노래하는 부분은 기존의 쇼 연출하듯 연출하고 있다.

KNN '골든마이크'의 한 장면 ⓒ KNN
KNN '골든마이크'의 한 장면 ⓒ KNN

젊은 여성 출연자 위주로 구성된 <미스트롯>과 달리 학생부터 중년 남성까지 다양한 출연자군을 선보이고 있다. 정통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 같은 차별화는 처음부터 기획됐던 건가.

<미스트롯>과의 비교는 사후적 평가인 것 같다. <골든마이크>에 출연하는 신인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가수 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을 거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노래를 하고 싶어 출연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기대를 우리가 충족시켜줘야 했다. 그러려면 장르적 편향성 없이, 출연자 각자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골든마이크>는 KNN에서 제작하지만, 전국 9개 방송사가 공동기획으로 참여했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고는 있지만, (중앙에 비해) 지역방송사들의 제작비는 충분하지 않다. 송출 권역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함께 좋은 콘텐츠를 만들자'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겼고, 여러 형태의 공동기획·제작이 이뤄져 왔다.

초창기 공동기획·제작은 각자 한 코너씩 분담해 제작하고 이를 모아 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각자가 제작한 코너를 서로 교환해 방송한다든지 하는 정도였다. 한 발 더 나아가선 한 방송사가 발제하면 공동으로 투자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순번을 정해 제작을 맡기도 했다. <골든마이크>는 편성과 사업부분까지 협업하기로 했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셈이다.

<골든마이크>에서 각 지역방송사들의 협업이 확장된 특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민영방송'이라고 묶이지만 실상은 다 다른 회사다. 편성을 조건 없이 열어준다는 것도 큰 결정이다. 대의만 갖고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잘 만들어 보겠다, 유통과 사업부분까지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의도했던 대로 화제성과 시청률을 높여 가능성을 보여주면, 내년에는 더 큰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방송사들이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절박하게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거다.

<골든마이크>가 지금처럼 성과를 거둔다면 앞으로 지역방송사들의 협업 사례도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 어떤 중점을 두어야 할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관건은 콘텐츠다. 의미만 갖고 공동제작하는 것은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좋은 평가를 받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업적 가능성까지 확장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골든마이크>도 잘 돼서 시즌 2를 한다면 기획 단계부터 협업을 확장하고 싶다. 타 방송사의 사업팀 담당자나 연출 PD가 제작팀에 들어오는 식으로, 지역방송사 전체가 하나의 팀을 꾸려 기획부터 사후 비즈니스까지 같이 진행할 수 있다면 가장 발전된 협업 형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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