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요한’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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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요한’이 던진 질문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 통증의학과 의사 통해 '통증의 양면성'·'삶의 존엄성' 화두 던져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8.09 12: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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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 비하인드 포토. ⓒSBS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 비하인드 포토.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은 특이한 의학드라마다. 보통의 의학드라마들이 삶과 생명의 이야기를 담지만, <의사요한>은 고통과 죽음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이 드라마가 통증의학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통증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통증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없어서는 안 될 몸의 신호다. 몸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려주는 통증이 없다면 몸의 잘못된 부분을 고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통증이란 ‘삶의 증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요한>이 담아내려는 통증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고칠 수 없는 통증을 안고 버텨내는 것이 과연 삶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의사요한>의 주인공 차요한(지성)은 바로 그런 환자를 지켜보다 자신의 연명행위가 삶이 아닌 ‘통증’만을 연장시키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는 그 통증을 없애준다.

물론 그것이 ‘안락사’라는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차요한은 감옥에 가지만, 그렇게 수감생활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와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를 감옥에 보낸 손석기(이규형) 검사는 그에게 “의사는 신이 될 수 없고, 사신은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차요한은 자신의 행위가 환자를 죽이는 결정이 아니라 ‘통증’을 없애주는 일이었다고 강변한다. 그것이 의사라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의사요한>은 통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도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던 존엄사 문제를 꺼내놓는다. 의학드라마가 좀체 던지지 않았던 질문들 또한 던져진다. 예를 들어 중증 근무력증을 갖게 된 격투기챔피언이 ‘링 위에서 싸울 수도 없는 삶은 죽음보다 못하다’며 차라리 죽음을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차요한이 포기하지 않고 그 증상을 찾아내는 이야기가 그렇다. 이 에피소드는 자연스럽게 ‘삶’이란 그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담아내고, 환자가 ‘죽음보다 못한 고통’ 속에 있는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바로 의사의 역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오게 된 통증에 극도로 예민한 환자와 아예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를 비교함으로써 통증의 양면성을 그려내기도 한다. 통증에 너무나 예민한 환자는 그런 삶이 죽음보다 못하다 여기는 반면,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는 아픔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

물론 <의사요한>이 존엄사에 대해 어떤 한쪽의 주장을 펴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지금껏 의학드라마에서도 또 사회적으로도 좀체 논의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던 ‘죽음’의 문제를 꺼내놓고 함께 논의해보자고 화두를 던진다. 그동안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천재적인 의사들을 등장시켜 보여준 모습은 죽을 위기에 처한 환자들을 구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요한>의 천재적인 의사 차요한은 증상만을 보고도 환자가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가를 알아맞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철학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인물이다. 

지난 2009년 존엄사 논쟁이 벌어졌던 사건이 있었다. 1932년생 김 할머니의 존엄사 판결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근거로 평소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했던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했다. 이 사건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이제 삶의 행복 또한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판례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의사요한>이 던진 존엄사에 대한 질문은 우리가 이제 삶을 양만이 아닌 질을 논의하는 시점에 들어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삶은 소중하지만 행복한 삶은 더더욱 소중하다. 이른바 ‘품위 있는 죽음’이 말하는 건 결국 삶에 대한 것이다. <의사요한>이 고통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거기서 삶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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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파산 2019-08-11 09:45:27
유니클로

광고 모델.....지성씨 팬이었는데 유니클로 광고 하던거 보고 안티 됐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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