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전문가'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 미디어 개혁 추진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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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방통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발표
언론계, "추진력과 정무적 감각 갖춘 인물" "미디어 관할부처 분할' '합의제기구 한계로 현상유지가 최선" 의견 분분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한상혁 변호사(사진 가운데)가 2009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임명될 당시의 모습. ⓒ 뉴시스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한상혁 변호사(사진 가운데)가 2009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임명될 당시의 모습.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가 내정됐다.

9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발표한 청와대는 한상혁 변호사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하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과 방송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여 방송통신 이용자 편익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61년생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40회 사법고시를 합격한 뒤 변호사로 일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초반 MBC 법률 자문을 맡으며 언론계와도 폭넓게 교류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가 담긴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내부 문건을 MBC가 실명으로 보도한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에서 MBC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9년부터 3년간은 MBC의 관리감독기구이자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내며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으며, 현재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당초 이효성 위원장의 후임으로 표완수 시사인 대표가 유력하다고 알려졌으나, 2005년 YTN 사장 재직 시절 일어난 '청부취재 의혹'이 도마에 오르는 등 자격 시비가 일면서 청와대도 한상혁 후보자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보장돼 있던 이효성 위원장의 사퇴 자체가 방송독립성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던 언론계에서는 한 후보자가 새로운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추진력을 갖고 미디어 개혁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효성 위원장과 정부가 '허위조작정보' 대책을 놓고 온도차를 보인 가운데, 한상혁 후보자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청와대가 9일 한 후보자를 지명하며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 일각에선 "사실상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정부의 기조대로 강경책으로 돌아선다는 예고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학에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된 한상혁 변호사는 2010년에는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방송보도의 공정성 심의제도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OTT포럼의 초대 회장인 성동규 중앙대 교수가 한 변호사의 당시 지도교수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한상혁 후보자는 추진력과 정무적 감각도 비교적 뛰어난 데다 그동안의 언론계 활동을 통해 산적해 있는 미디어 정책을 검토할 정도의 전문성은 갖춘 인물"이라며 "다만 미래 지향적으로 미디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물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과기정통부와 미디어정책을 나눠 관할하고 있는 데다, 여야 추천 위원들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라는 태생적 한계 속에서 방송통신위원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팽배하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실종되고, 방통위가 '정쟁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현재의 구조에서 후임 방송통신위원장은 누가 되더라도 차선인 상황이었다고 본다"며 "최시중 전 위원장 같은 정부의 실권자 정도가 아니면 '현상유지' 정도가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정치와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및 공공성 증진을 위한 미디어 개혁이 우선인 만큼, 후임 인선 작업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했던 언론시민단체는 차기 방통위원장의 자격 요건으로 '미디어 개혁 추진'을 내세웠다. 

지난 8일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이를 수행할 의지야말로 현 시기의 방통위원장이 갖춰야 할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며 "청와대는 미디어개혁을 염두에 두고 어느 때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후임 방통위원장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 관계자는 "누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지지부진한 미디어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먼저였다고 본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를 안정화하고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미디어 개혁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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