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뉴스, 보도자료 의존도 BBC·NHK보다 현저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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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회·한국기자협회, ‘한국 TV뉴스의 품질’ 분석 컨퍼런스 개최
"지상파· 종편, 익명 취재원 인용 화면 블러처리 비율 상대적으로 많아"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관에서 열린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을 위한 탐색: 한국 TV뉴스의 품질’ 컨퍼런스 ⓒPD저널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관에서 열린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을 위한 탐색: 한국 TV뉴스의 품질’ 컨퍼런스 ⓒPD저널

[PD저널=이은주 기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뉴스가 BBC, NHK 등 해외 유수 방송사의 뉴스보다 보도자료 의존도와 익명 취재원을 인용하는 보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6일 한국 언론학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삼성언론재단이 주관한 ‘퀄리티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을 위한 탐색: 한국 TV뉴스의 품질’ 컨퍼런스는 국내 방송뉴스에 대한 품질 평가를 시도했다. 2년 전 신문의 품질을 측정한 데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자리였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주축으로 방송 뉴스 품질 측정을 시도한 연구진은 단순한 사실 보도를 넘어 해설성·비판적 관점과 다양한 실명 취재원을 인용한 뉴스를 ‘고품질 뉴스’라고 봤다.

분석 방식은 2018년 한해 동안 방송된 지상파 종편 메인 뉴스에서 월별로 이틀씩 총 24일간의 리포트를 추출해 취재원의 숫자, 익명 여부, 블러처리한 화면 등을 살폈다. 또 2018년 뉴스 중에서 특별한 대형사건이 없었던 1주일간 발생했던 뉴스의 포맷을 BBC, NBC, NHK 뉴스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국내 방송 리포트는 37.1%, 종편은 34.6%만 연구진이 제시한 심층성을 충족한 반면, NBC는 65.7%, BBC는 48%, NHK는 57.4%의 리포트가 심층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의 저녁 메인 뉴스들이 해외 뉴스들에 비해 비판적 평가와 의문점을 제시하는 ‘심층적 뉴스’의 비율이 해외 뉴스보다 적은 반면, 단순한 사실 전달형 뉴스는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지상파는 전체 뉴스의 49%, 종편은 40%가 보도자료를 출처로 삼은 뉴스였다. 자체기획이나 발굴형 뉴스는 지상파의 경우 약 15%, 종편은 17%에 그쳤다. NBC와 NHK는 보도자료에 의존한 뉴스의 비중이 10%를 넘지 않았다. 

국내 방송 뉴스는 익명 취재원의 비율과 화면을 블러처리한 비율도 해외 방송사와 비교해 높았다. 

취재원이 얼굴과 신원을 밝힌 '투명 취재원'이 BBC는 한 리포트당 4.3명, NHK는 3.8명이 등장한 반면 지상파는 2.9명, 종편은 2.3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리포트 중 화면을 블러처리한 리포트의 비율도 해외 방송뉴스와 차이가 났다.

NBC는 전체 리포트 중 13.2%, BBC는 6%, NHK는 1.5%만을 블러처리했는데, 국내 지상파와 종편은 전체 보도 중 절반 가량의 분량을 블러 처리해 내보냈다. 연구진은 국내 뉴스에서 블러 처리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취재원 보호보다는 분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해외 방송뉴스처럼 앵커들이 기사에서 중요한 사실관계 설명을 맡고 기자는 사안에 대한 해석과 평가, 비판 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 역할 분담을 통해 품질 높은 기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뉴스 품질을 측정하는 기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정근 교수는 “BBC는 기자만 2000명이 넘어 한국 방송사와 단순하게 비교하는 방식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다”면서도 “현재 한국 방송 뉴스 품질을 가늠해보기 위해선 해외 뉴스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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