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탁 치니 억' 예능 자막 사용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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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소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케하는 자막 사용한 SBS '런닝맨'에 행정지도

지난 6월 2일 방송된 SBS '런닝맨' 화면 캡처
지난 6월 2일 방송된 SBS '런닝맨' 화면 캡처

[PD저널=이은주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 자막으로 웃음을 유발한 SBS <런닝맨>에 행정지도인 권고를 내렸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지난 <런닝맨>이 시청자에게 불쾌감과 혐오감 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 규정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지난 6월 2일 방송된 <런닝맨>은 출연자 전소민이 사레 들린 기침을 하자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들림"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서 당시 치안본부장이 박종철 열사의 사망을 은폐하기 위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내용을 연상시키는 자막이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아픈 역사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잇따르자 SBS측은 "관련 자막은 당시 녹화 상황에 대한 풍자의 의미로 썼으며, 관련 사건에 대한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며 “불편하셨을 분들이 있다면 앞으로 더 주의해 제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나 방송사가 제작한 콘텐츠에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SBS는 지난 7월 모바일 콘텐츠 <비디오머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판문점 회동 당시 남북의 경호원이 인사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턱!치니 옭!하고 손잡다? 경호원들의 비정상만남(?)"이라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비디오머그>쪽은 “자막을 단 제작진은 그런 역사적인 현실로부터 표현을 차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에 방송한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뱅에돔을 낚아 올리는 장면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25일 방송소위에 출석한 SBS 관계자는 "해당 자막을 제작한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을 희화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 대사를 방송에서 활용한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를 불러 부적절했다"며 "분명한 피해자가 있는 아픈 사건을 다룰 때는 앞으로 면밀하게 살필 예정이고, 내부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소위 위원들은 제작진의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위원은 "문제가 된 표현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그것을 지상파 방송에서 희화화했던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관점이 일치할 순 없지만 방송사는 시청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눈높이를 맞춰나가야 한다"며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역사적 의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 제작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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