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편성도 괜찮아…유튜브 따라 짧아지는 방송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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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아이슬란드 간 세끼' 파격 편성으로 화제...EBS '자이언트 펭TV' 등 유튜브 연계한 프로그램 눈길
MBC도 20~25분 예능·드라마 방송 예정...방송미디어 이용자 소비행태 적극 반영한 결과

유튜브 채널 '채널 나나나'에 tvN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풀버전 에피소드 2로 올라온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채널 나나나'에 tvN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풀버전 에피소드 2로 올라온 영상 화면 갈무리.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사들이 잇따라 5분, 10분 단위의 '초미니'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정형화된 편성의 틀을 깨고, 모바일 콘텐츠 소비를 선호하는 젊은 시청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시도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이하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편성시간은 총 5분이다. 20일 첫 회는 특별히 1분이 추가돼 6분 편성됐다. 과거 <신서유기6>에서 이수근과 은지원이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상품으로 받은 것을 두고 <강식당3>에서 "<삼시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 내보내자"고 한 강호동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파격적인 편성 시간으로 눈길을 끈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TV에서 5분 방송되고 난 뒤, 유튜브 채널 '채널 나나나' 통해 그날 방영분의 전편이 공개된다. <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미끼로 유튜브 채널 유입을 늘려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방송과 온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로 지난 4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EBS <자이언트 펭TV>(이하 <펭TV>)를 빼놓을 수 없다. 'EBS 연습생'을 자처하는 펭귄 '펭수'가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는 <펭TV>의 방송 편성시간은 10분 내외다. <펭TV> 역시 방영분을 자체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는 것은 물론, 방송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비하인드 영상도 업로드하고 있다.

EBS '자이언트 펭TV'의 'EBS 아이돌 육상대회' 한 장면 ⓒ EBS
EBS '자이언트 펭TV'의 'EBS 아이돌 육상대회' 한 장면 ⓒ EBS

미디어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행태를 반영한 결과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의 '2018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이제 수용자들은 TV(26.2%)보다는 모바일(42.4%)을 통해 콘텐츠를 접한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4%)이 TV 프로그램을 짧게 편집한 클립영상 시청 빈도가 과거보다 늘었다고 밝힌 가운데,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10대 63.7%, 20대 63%) 클립영상 시청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과자처럼, 모바일 기기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의미의 '스낵컬쳐' 트렌드는 모바일 동영상 소비의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20일 <아이슬란드 간 세끼> 첫 방송에 맞춰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한 나영석 PD는 댓글을 보다 "다들 TV가 없다고 한다"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펭TV>를 연출하고 있는 이슬예나 EBS PD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한 코너로 방송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병행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분량이) 길지 않게 기획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의 문법도 달라졌다. 

그동안 EBS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속이나 스튜디오에만 머물렀다면, <펭TV> 속 펭수는 실제 크리에이터처럼 현장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난다. 캡쳐를 부르는 재치 있는 자막이나 편집의 속도 면에서도 기존의 EBS 콘텐츠와는 결이 다르다. 이슬예나 PD는 "기존 제작 방식과는 최대한 다르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스태프를 꾸릴 때부터 연령대를 고려해 젊은 감각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에 맞아 떨어진 두 프로그램을 향한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아이슬란드 간 세끼>은 첫 방송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입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CJ ENM 관계자는 통화에서 "프로그램 앞뒤로 광고도 모두 완판됐다"고 밝혔다. 또 <펭TV>는 지난 19일과 20일 방송한 '이육대' 편이 입소문을 타면서 27일 유튜브 채널 구독자 6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MBC 새 예능 프로그램인 '주X말의 영화'와 '연애미수' 스틸컷 ⓒ MBC
MBC 새 예능 프로그램인 '주X말의 영화'와 '연애미수' 스틸컷 ⓒ MBC

MBC도 오는 10월 19일을 시작으로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 20분에서 25분 내외의 예능 <주x말의 영화>와 드라마 <연애미수>를 방송하기로 했다. 딩고와 돌고래 유괴단, 와이낫미디어 등 젊은 층 사이에선 화제몰이를 했던 콘텐츠를 만든 제작사가 MBC와 손을 잡았다. 이들 콘텐츠는 방송 이후 유튜브 채널에도 공개된다.

MBC 편성실 관계자는 "콘텐츠를 TV와 온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젊은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봤다"며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MBC의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제작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분량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해보는 편성 실험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은 이미 9시대에 드라마를 방영하거나 월화 드라마 블록을 없애는 등 오래된 편성 공식을 깨고 있어 '틈새 편성'으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다면 편성시간 다양화도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유통을 미리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숏폼' 제작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편성 다변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나서는 것"이라며 "앞서 <세가지색 판타지> 등으로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경험해 본 제작 부문에서의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신효정 <아이슬란드 간 세끼> PD도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다음 5분 콘텐츠 기획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강사(문화연대 집행위원)는 "방송사들이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모험에 나서는 건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시청률이나 수익성과 같은 기준에 의해서만 결정된 것은 아닌지, 방송의 본질을 흔들 수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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