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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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저출생 시대, '공동육아' '아이 돌봄'으로 시선 돌리는 육아 예능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10.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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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리틀 포레스트' 지난달 30일 방송 화면 갈무리.
SBS '리틀 포레스트' 지난달 30일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 방연주 객원기자] 저출생 시대에 육아 프로그램의 시선도 '공동 육아' '아이 돌봄' 등으로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에 방영된 EBS<부모>, SBS<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는 아동의 문제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육아법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면, 2010년대 이후로는 육아 리얼리티 예능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7년째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KBS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타인의 육아를 엿보고, 육아를 대리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는 연예인 부모와 자녀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일반인 자녀가 출연하는 KBS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SBS<리틀 포레스트>가 방영 중이다. 저출생 시대에도 육아 리얼리티 예능이 꾸준히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미디어는 아동심리 전문가, 학자, 의사 등 전문가의 권위에 기대 부모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부모를 가르치는 교육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다가 육아 예능이 관찰 예능과 결합하면서 포맷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연예인 부모와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에서는 육아에 능숙하거나 서툰 아빠들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재미를 만들어냈다.

현재 시청률 10%대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3~5살 유아와 아빠들이 등장하고 있다. 연예인 아빠가 48시간 동안 어린 자녀를 돌본다는 설정으로 이미 추사랑, 서언·서준 쌍둥이, 대한·민국·만세 삼둥이, 윌리엄·벤틀리, 나은·건후는 ‘국민 아이’로 거듭났을 정도다. 2015년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서는 아버지와 성년이 된 딸의 관계를 차별화로 내세우기도 했다. 사춘기를 지나며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어색한 부녀 관계를 담아보자는 취지였다.

연예인 부모와 자녀가 주로 등장하는 육아 예능에서 연예인의 육아와 일상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물품 협찬이든, 자가 물품이든 설정이 필요한 방송계의 생리와 엮이면서 괴리감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아이들의 천진난만을 내세운 육아 예능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육아 예능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와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일반인 자녀들이 출연한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이승기, 이서진, 박나래 등 연예인이 4~7살의 일반인 자녀의 돌보미로 나선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에서도 연예인이 일반인 자녀의 등·하원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 육아 예능의 핵심인 부모-자녀 관계에서 일종의 삼촌·이모-조카, 돌보미-아이의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혼인율 감소와 저출생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육아 예능도 점차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랜선’ 이모와 삼촌에게 대리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기혼 유자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 누군가의 육아를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내기보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현실’ 부모의 속내를 전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환기한다.

예컨대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에서는 맞벌이, 싱글대디, 황혼육아, 다문화 가정 등이 처한 고충을 전하면서 우리 사회의 육아 환경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혈연 중심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육아 현실, 어딘가로 떠나야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양육 환경은 개인이 온전히 책임지기란 쉽지 않다. 육아 예능이지만, ‘공동육아’, ‘아이 돌봄’으로 시선을 넓히며 우리 사회가 보태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짚는다.

육아 리얼리티 예능이 세분화된 욕구에 따라 맞춤형 예능으로 거듭날수록 어른의 시선보다 아동의 입장이 세심하게 고려돼야 한다.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이 아동 출연 예능에서 어린 출연자들이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벤틀리 해밍턴은 일주일에 3일, 하루 4시간 촬영 중이고,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아침 8시부터 9시 사이 촬영을 시작해 하원 촬영의 경우 오후 7시에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노동권 관련해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대리 경험, 정보 전달, 사회적 의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출연 아동의 인권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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