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기적을 만드는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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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갇힌 미혼모 ‘동백’ 일으켜 세우는 무조건적인 응원가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화면 갈무리.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화면 갈무리.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여러모로 임상춘 작가의 작품들은 소외된 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도드라진다. 임 작가의 전작인 KBS <쌈 마이웨이>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쌈마이’라도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당당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방송 중인 KBS <동백꽃 필 무렵>은 아직 피지 못했거나 아니면 핀 걸 몰라 고개 숙인 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요즘처럼 수백억씩 들여 찍는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툭하면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볼거리가 가득한 ‘번쩍번쩍’하는 이른바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면 <동백꽃 필 무렵>은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소박한 드라마처럼 보인다.

옹산이라는 바다를 낀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농촌드라마처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흘러나오고 도시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주인공도 많은 드라마들 속 ‘잘난 인물들’과는 거리가 멀다.

미혼모인 동백(공효진)은 이 작은 마을로 와서 술집 까멜리아로 장사를 해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동백에게 한 눈에 반해 보호랍시고 졸졸 쫓아다니는 황용식(강하늘)은 불의를 이기지 못하는 성미 때문에 여러 차례 범인을 잡다가 좌천된 인물이다. 미혼모에 술집을 한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동백을 백안시하고 배척할 때마다 황용식은 그를 보호하고 칭찬을 통해 숙인 고개를 들게 해준다. 

블록버스터 드라마 사이에서 의외로 <동백꽃 필 무렵>은 강력한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동백이라는 어찌 보면 고개 숙인 서민을 향해 “당신은 아름답다”고 응원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고아로 나이 들어서는 미혼모로 살았다며 고개 숙인 동백에게 황용식은 “약한 척 하지 말라”며 이렇게 말한다.

“고아에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님까지 됐어요. 남 탓 안하구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도 더 착하고 더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내는 거 그거 다들 우러러보고 박수쳐줘야 될 거 아니냐구요. 남들 같았으면요, 진작에 나자빠졌어요. 근데 누가 너를 욕해요? 동백씨 이 동네에서 제일로 세구요 제일로 강하고 제일로 훌륭하고 제일로 장해요.”

이 대사는 사실 황용식이라는 인물을 빌어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위로다. 세상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정상과 비정상, 세련된 것과 촌스러운 것, 도시와 지방 등으로 나누어 갖가지 편견과 선입견으로 서민들을 힘겹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힘든 것보다 그 편견과 선입견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 때도 있다.

그런 세상에 황용식은 서민들의 편을 대놓고 들어준다. 열심히 사는 것, 남 탓 안하는 것, 치사하게 안사는 것, 착하고 착실한 것 등의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어째서 이렇게 더 좋고 인간적인 가치들이 있음에도 세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일까. 대책 없이 순박하고 정의로운 황용식이라는 인물이 앞뒤 재지 않고 던지는 ‘직진 멘트’는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황용식이나 동백 같은 인물이 아름답고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드라마의 이런 ‘촌스러운 전략’은 겉만 번지르르한 블록버스터들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한다. 아마도 현란한 화면에 지친 시청자들은 이런 따뜻함에 대책 없이 마음을 주었을 게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이야기하면 <동백꽃 필 무렵>은 그 무엇과 비교하지 않고 당신은 이미 활짝 피어난 꽃이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지금 현재 동백은 스스로 피지 못한 꽃이라 여기며 고개 숙이고 있지만, 황용식은 이미 활짝 핀 꽃이라고 말해준다. 한 사람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는 행위는 때론 기적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이 드라마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그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스스로 만개한 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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