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듣는 콘텐츠'에 '눈독'...수익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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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듣는 콘텐츠'에 '눈독'...수익성은 글쎄
네이버 등 IT기업 이어 방송사들 '듣는 콘텐츠'에 속속 도전장
멀티태스킹 가능한 장점과 AI 기술 발전 작용...수익모델 다변화는 숙제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0.0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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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나우'의 프로그램들
네이버 '나우'의 프로그램들 ⓒ 네이버

[PD저널=이미나 기자] 최근 '듣는 콘텐츠'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방송사는 물론 네이버와 같은 IT기업까지 '보는 콘텐츠'에 밀려 쇠퇴해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듣는 콘텐츠'에 주목하면서 오디오 시장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8월 출시한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는 라디오와 같이 24시간동안 편성된 음악·토크프로그램을 네이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페퍼톤즈의 이장원, 워너원 출신의 하성운 등 호스트들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들려주는 형태 역시 여느 라디오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이미 네이버는 2017년 오디오북 서비스 '오디오클립'을 출시한 바 있는데, 올해 6월을 기준으로 전체 채널수와 클립수가 전년 대비 각각 250%, 500% 증가했다. 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한 네이버는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도 오디오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오디오 콘텐츠 생태계를 가꿔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 온 '팟빵'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유료 콘텐츠 결제 건수가 월 35만 건을 넘어서는 등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11월 어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을 넘긴 이후 약 8개월 만인 지난 8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아프리카TV도 신규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팽창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인터넷광고협회와 시장조사기관 PwC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팟캐스트 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4억 7910만 달러(약 5782억 원)를 기록했고, 성장세가 계속돼 2021년엔 10억 달러(1조 207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의 변화에 레거시 미디어로 분류되는 방송사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SBS와 종합편성채널 JTBC·TV조선·MBN, 보도전문채널 YTN·연합뉴스TV 등 13개 방송사는 연합 오디오 플랫폼인 '티팟'을 지난달 25일 출시했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TV에서 방송되는 뉴스와 시사교양·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라이브와 다시듣기로 들을 수 있다.

'티팟' 측은 앞으로 삼성전자·네이버·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에도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해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사 연합 오디오 플랫폼 '티팟' 설명자료 ⓒ SBS I&M

'티팟' 사업·기획 담당 김수연 SBS I&M 차장은 "(이용자가) 화면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음성을 통해 TV 콘텐츠를 접하는 '듣는 TV' 콘셉트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차례 베타 서비스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24시간 뮤직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으로 종교·교육·프로야구 라디오 채널 등과의 제휴를 통해 오디오 특화 콘텐츠를 점점 더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차원에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 경우도 있다.

KBS가 지난달 27일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온라인 전용으로 공개하는 <8 아워즈 오브 에브리싱>은 8시간 동안 한 사람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콘텐츠다. 백색 소음과 같이 심리적 안정을 유발하는 'ASMR'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을 고려해 말하는 이가 속삭이듯 주제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김호상 KBS PD는 "편성을 기반으로 하는 선형적 형태의 라디오 청취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라디오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말하는 사람이 책 한 권을 쓰듯, 자신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기존 오디오북과는 차별되는 <8 아워즈 오브 에브리싱>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듣는 콘텐츠'의 등장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오디오 콘텐츠만의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2017년 팟빵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83%가 팟캐스트를 들으며 집안일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운전을 하거나 업무를 본다고 응답했다. 일상의 BGM처럼 오디오 콘텐츠를 틀어 놓고 생활한다는 의미다.

미래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음성인식 기술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앞서 '2017년 이후 전개될 10대 기술 변화'중 하나로 '2020년엔 음성 명령을 활용한 브라우징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2017년 이후 구글, 아마존,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이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잇달아 내놨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이른바 '제로 UI'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자연히 '듣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평론가 차우진도 '나우'의 출시를 두고 웹진 <디에디트>에 기고한 글에서 "음악과 음성 기반의 서비스는 이어폰(과 마이크)을 인터페이스로 여기게 만들 가능성도 높은데,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네이버 앱을 열고 귀로 듣는 루틴이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다"며 "짐작건대 얼마 후 네이버는 이런 루틴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음성 검색, 음성 콘텐츠, 음성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실험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직까지 영상 플랫폼에 비해 오디오 플랫폼에 모여든 이용자가 적을뿐더러, 광고료도 높지 않다. 유료 콘텐츠의 경우에도 영상에 비해 적은 비용을 받지만 제작비는 비교적 높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최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작성한 '음성의 미래와 뉴스에 갖는 함의' 리포트에서도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언론사의 진입장벽 중 하나로 '명확한 수익 모델 부재'가 언급됐다. '티팟'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 AI팀 박희진 프로 역시 "아직 음성 AI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서 함께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도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오디오 콘텐츠의 다양한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제휴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김익현 소장은 "그래도 이용자는 한 번 익숙해지면 금방 적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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