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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특집 다큐멘터리 '헬로 그리팅맨, DMZ의 꿈', 베를린 장벽에서 울려퍼진 '히어로즈' 배경음악으로 쓴 까닭은

MBC가 지난 11일 방송한 특집 다큐멘터리 '헬로 그리팅맨, DMZ의 꿈'
MBC가 지난 11일 방송한 특집 다큐멘터리 '헬로 그리팅맨, DMZ의 꿈'

[PD저널=정길화 MBC PD] 지난 11일 방송된 MBC 특집다큐멘터리 <헬로 그리팅맨, DMZ의 꿈>은 사실상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에 맞추어 기획한 특집 프로그램이다.

책임프로듀서를 맡아 올초부터 기획에 들어갔으나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프로그램은 주춤거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지나면서 동력을 되살아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한 이후 탄력을 받았다. <헬로 그리팅맨, DMZ의 꿈>의 방송을 앞두고 제작한 프로그램 예고 스팟 배경음악으로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즈'와 강산에의 '라구요'를 사용했다.

장벽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88올림픽 주제가인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다. 노래의 가사 중에 ‘벽을 넘어서(Breaking down the wall)’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노래는 1989년 공산권 민주화 현장의 주제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등의 노랫말이 분단의 장벽과 독재 권력을 허문 동독 등 동구권의 민주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독의 한 재야민주단체에서는 손을 잡은 모습의 상징물을 쓰고 ‘손에 손잡고’를 시위대의 노래로 사용했다는 얘기를 전하고 있다. 

다만 88올림픽 주제가로서의 인상이 너무 강해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쓰기가 곤란했다. 베를린 장벽과 관련이 있는 다른 음악으로는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즈(Heroes)',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음악은 강렬한 뮤직비디오 영상을 소환하는 '더 월'이 더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히어로즈'를 선곡한 것은 2016년 MBC <서프라이즈>에서 방송된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즈'와 베를린 장벽과의 특별한 사연을 알고나서였다.

<서프라이즈> '기적을 만든 노래'에 따르면 데이비드 보위는 이 노래를 통독 전인 1977년 서베를린에서 만들었다. 그는 어느 날 동독과 서독의 연인들이 몰래 만나 눈물을 흘리며 포옹하는 것을 보고 '히어로즈'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사랑과 젊음이 전쟁과 분단을 극복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았다. '히어로즈'가 히트하면서 그는 ‘아트 로커’라는 칭송을 얻었다. 보위는 1985년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에도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이끄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에 좀 밀린 감은 있지만 ‘히어로즈’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데이비드 보위는 1987년 서베를린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한다. 공연에서 그는 마지막 곡으로 ‘히어로즈’를 열창했다. 이때 베를린 장벽 너머에 있던 동독의 시민들까지 ‘히어로즈’를 따라 불렀다. 공연 이후 데이비드 보위는 한 인터뷰에서 “장벽 건너편에서 수천 명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프라이즈> ‘기적을 만든 노래’ 편에 따르면 2년 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 독일인들은 ‘히어로즈’의 기억을 소환했다. <서프라이즈>가 말한 ‘기적’은 베를린 장벽 붕괴였던 것이다.

<헬로 그리팅맨, DMZ의 꿈>의 예고 동영상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장면이 전환되어 한반도 DMZ를 보여준다. 철책, 경계병, 녹슨 지뢰 표지판.... 그리고 연천에 세워진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BG는 ‘히어로즈’에서 강산에의 '라구요'로 바뀐다. “고향생각 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곤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를 통해 우리는 분단을 인식하고 자각한다. 우리는 노래의 마지막 대목을 알고 있다. “죽기 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독일은 분단과 냉전의 흑역사를 상징하던 베를린 장벽을 통합과 극복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한반도의 남북은 지난해 9월 19일 이후 시범적으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를 철거했지만 그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우리에게는 '히어로즈'처럼 다함께 부를 평화와 통합의 노래가 아직 없다. ‘라구요’의 소주 타령을 벗어나, '손에 손잡고'를 거쳐, '히어로즈'로 가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히어로즈'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우리의 영웅들을 노래하는 일이다. 평화와 통일에 이르는 멀고도 험한 그 길의 도정(道程)에서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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