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문노련 위원장 “아베 정권 입장만 전달한 일본 언론, 국익 우선 보도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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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 6년 만에 한일 언론인 교류 행사 개최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 참석한 영화 '신문기자' 원작자 '도쿄신문' 기자 "강제징용 인권문제 침묵하는 아베 정권, 언론 책임 있어"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한국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일본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가 공동 주최한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이 열렸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가 공동 주최한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이 열렸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PD저널=이미나 기자] 최근 조건부 연장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을 두고 한일 양국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일본 언론인들 가운데서도 "아베 정권의 입장만 언론이 전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지난 22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고,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대화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로도 여전한 양국의 시각차는 앞으로의 협상에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언론도 정부의 발표에 발맞춰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아베 총리 발언을 전하거나  '일본 외교의 승리' '퍼펙트게임' 등으로 이번 합의를 일본 성과로 포장했다.

이를 두고 미나미 아키라 일본 신문노조연합(이하 신문노련) 위원장(<아사히신문> 기자)은 25일 열린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서 "지금 일본 언론이 국익을 우선으로 정권 쪽의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신문노련은 지난 9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당시 일본 언론이 아베 정권과 국가주의에 종속된 '혐한' 보도를 쏟아내자 이 같은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한 단체다.

당시 신문노련은 "(일본) 정부 주장의 문제점이나 약점을 다루려 하면 '국익을 해친다', '반일을 하는가'라며 견제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있다"며 "국익이나 내셔널리즘이 득세해 진실을 알리는 보도의 봉쇄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태평양 전쟁 때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베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과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별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인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로 2017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서 날카로운 질문 세례를 퍼부어 화제를 모은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도 "(한일 양국의 합의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일어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본질은 지난해 10월 있었던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은 계속해서 '한국이 국제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만 말하지만, 과거 강제 징용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는다"며 "(일본) 언론은 이에 대해 알아볼 책임이 있다"고 했다.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사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사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 대법원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징용 피해에 따른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협정과 무관하다고 판단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국제법 상식에 어긋난 것'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모치즈키 기자는 "외교상 일관된 주장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거 일본이 저지른 인권범죄에 대한 보상의 논의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어 "최근 보수 신문에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이 떨어진 것을 근거로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지소미아가 연장된 만큼 수출규제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받아쓰기보단 기자가 올바른 관점을 통해 사안을 해석하고 보도하는 이른바 '해석 저널리즘'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제기됐다.

올해 '리영희상' 수상자이자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선생의 증언을 최초로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한일 양국의 젊은 언론인들과 예비 언론인들의 교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올바른 인식을 가진 언론인을 통해 한일 갈등의 실마리를 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우에무라 기자는 "기자에게 가장 간단한 건 (정부나 기관이) 발표한 대로 (기사를) 쓰는 것"이라며 "그러나 기자들이 발표대로, 브리핑대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나미 위원장도 "예전엔 일본에도 양식이 있는 정치인이 많았고, 기자들도 그런 이들을 취재해 보도했는데 아베 정권 이후에는 국익만을 강조하는 정치인이 많다"며 "그럴수록 기자들이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은 2013년을 끝으로 중단됐던 한일 언론인 교류사업의 일환이다. 언론노조는 6년 만에 한일 언론인 간 교류 사업이 부활한 만큼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양국에서 심포지엄을 여는 등 연대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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